■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정래(소설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여러분에게 조국이란 무엇인가요. 그냥 이 나라에 태어나서 이 나라 국민이 되었으니 이 나라 법에 따라 순응하면서 살아온 우리에게 갑자기 이런 질문은 아주 낯설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입니다. 신간 소설 <천년의 질문="">을 통해서 이런 물음을 던졌는데요. 조정래 선생은 어떤 답을 찾으신 걸까요? 오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조정래 선생님, 안녕하세요?
◆ 조정래>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아니, 원래 이렇게 공약을 잘 지키세요?
◆ 조정래> 네?
◇ 김현정> 무슨 말씀이냐 하면 저랑 2016년에 인터뷰하시면서 3년 후쯤에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소설을 써보렵니다 그러셨어요, 저한테. 그런데 정말로 딱 3년 만에 써서 내셨네요.
◆ 조정래> 네. 저는 예정을 세우면 그 예정에 딱 맞도록 3년 주기로 한 편씩 써냅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예정을 아무리 세웠다고 하더라도 이게 어차피 창작의 작업이기 때문에 하다 보면 좀 늘어지기도 하고 또 피곤해서 쉬기도 하고 이럴 수 있을 텐데 어떻게 딱딱 맞춰서 내세요?
◆ 조정래> 아마추어는 그렇게 할 수 있죠. 그런데 프로는 직업인데 철저한 준비 없이 각오 없이 일을 해서는 안 되겠죠.
◇ 김현정> 시작부터 그냥 온몸에 전율이 오르네요. 멋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하신 작품 <천년의 질문="">. 소설의 주인공은 시사 주간지 기자네요?
◆ 조정래> 네.
◇ 김현정> 왜 기자를 택하셨습니까?
◆ 조정래> 기자들은 사회 각계각층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자유롭게 취재하고 탐사하고 기록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조정래> 그들이 작가가 원하는 바 소설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자유롭고 활달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그래서 기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 김현정> 그 기자가 파헤치는 건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대기업 측에서는 그 기사를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압박하고 회유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일들. 어떤 얘기를 담고 싶으셨던 거예요, 선생님?
◆ 조정래> 그러니까 지금 국가가 있은 지 수천 년이 됐는데 어느 시대든지 어떤 국민이든지 도대체 국가라고 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거야? 계속 세금만 뜯어가고 착취만 하고 그것만 하지 해 주는 게 없잖아. 국가가 꼭 필요할까 하는 질문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금 한국도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한국의 난맥상과 불의부당한 부분을 이야기함으로써 그것을 인간 공동의 문제로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는 것이 이번 소설의 주제고 그래서 제목도 <천년의 질문="">이고 제 소설 세 권을 읽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하는 뜻으로 제목을 정한 것입니다.
◇ 김현정> 아니, 국민들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기 위한 법안 만들라고 국회의원들 뽑아놓고 1년에 7억 원씩 세비로 지원했더니 정쟁 속에서 이권 찾기에나 혈안돼 있고. 잘잘못 따지라고 법관들 양성해서 세금으로 월급 줬더니 사법농단. 이게 지금 국가냐. 이런 울분이군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야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의 세상이 오지 않지요. 이것은 대한민국의 문제이면서 전 세계적인 각국의 문제입니다.
◇ 김현정> 지금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
◆ 조정래> 공통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중에서도 정치를 한번 들여다볼게요. 지금 우리 사회 정치.
◆ 조정래> 모든 권력은 국민이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부패하고 타락하고 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그리고 결국은 노예로 부리게 됩니다. 그러면 한국은 이 명제 앞에서 얼마나 떳떳하게 국민을 위한 정권이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막말의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유치하고 저급하고 저열하고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내의 교육 수준이 세계에서 제일 높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의 혐오와 경멸과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국회 불필요론, 국민 소환제로 다 내려야 하고 국회 폐쇄해야 한다 하는 감정까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회 존재해서는 안 되겠죠. 그들이 빨리 정신 차리기를 바랍니다.
◇ 김현정> 그러지 않아도 지금 국회의원 소환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참이었거든요, 선생님. 이런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교육 많이 받은 국민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이런 말씀이세요.
◆ 조정래> 그것은 정치인의 잘못이 반이고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 반입니다.
◇ 김현정> 우리 잘못도 있습니까?
◆ 조정래> 그렇습니다. 감시 감독 잘 안 했잖아요. 나치가 히틀러만 나쁜 게 아니라 나치 정권이 그렇게 폭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말에 현혹돼서 따라하고 지지하고 묵시적 찬동을 보낸 국민에게 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이미 사회학계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도 잘못이다. 우리 정치판을 향해서 사실 손가락질하고 비판하기는 쉬운데 그래서 또 무관심하고 그냥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많이들 하시거든요.
◆ 조정래> 그게 반이라니까요, 그 책임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 2항이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입니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죠.
◇ 김현정> 잊어버리지 말아야죠. 더 관심 가져야 되고 질책해야 하고 그게 우리의 의무다. 그래서 세 권 읽으면 국가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것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겁니까?
◆ 조정래> 분명하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왜냐하면 30년에 걸친 현실의 응시 속에서 나온 작품이 이것이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 김현정> 조금만 힌트를 주신다면 뭐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 조정래> 세계에서 가장 모범 국가로 꼽히는 게 지금 대통령이 가 계시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입니다.
◇ 김현정> 북유럽.
◆ 조정래> 그리고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같은 나라들의 시민단체 숫자가 밝혀주고 있습니다. 거기처럼 1000만 명이 한 달에 1000원씩 내서 100개의 시민단체를 만들어낸다면 그들이 국가 경찰 노릇을 해서 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방법을 제시합니다.
◇ 김현정> 시민이 만드는 시민단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서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 조정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책을 보면 답이 나오는군요. (웃음)
◆ 조정래> (웃음) 네.
◇ 김현정> 신간을 낸 작가 조정래 선생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아니, 선생님. 지금 말씀 나누다 보니까 결국 이 소설이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이런 모순들을 다 담고 있잖아요. 갑자기 떠오르는 작품 하나가 있어요. 영화 기생충.
◆ 조정래> 봤습니다.
◇ 김현정> 보셨어요?
◆ 조정래> 첫날 개봉날 가서 봤습니다.
◇ 김현정> 어떠셨습니까?
◆ 조정래>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천민화되어서 만들어진 계급 의식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잘 다뤘습니다. 그리고 한 두어 정도의 섭섭함이 있었는데.
◇ 김현정> 섭섭함?
◆ 조정래> 한 가족이 또 다른 가족으로 들어가려는, 진입해 가는 과정이 너무 갈등 없이 필연성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조금 허술하다 하는 섭섭함이 있었고.
◇ 김현정> 나 같으면 그건 그렇게 안 했을 건데?
◆ 조정래> 네. 특히 영화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소설과 함께. 그 대목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 김현정> 전체적으로는 잘했지만 그건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했겠다. 예전에는 문학판으로 몰려들던 인재들이 요즘은 다 영화판으로 몰려든다. 이런 얘기 들어보셨죠?
◆ 조정래> 네.
◇ 김현정> 그 얘기 들으면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 조정래>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영화가 30년 전에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절대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잘 극복해서 영화의 전성기를 또 만들었듯이 소설은 또 소설대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열심히 쓰면 독자는 항상 존재합니다.
◇ 김현정> 진짜 열심히 쓰시잖아요. 이번에도 다 그 원고지에다가 직접 쓰셨어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럼 원고지 분량이 얼마나 나왔습니까?
◆ 조정래> 3600매입니다.
◇ 김현정> 3600매를 다 손으로?
◆ 조정래> 네, 손으로.
◇ 김현정> 하루에 몇 시간씩 작업하셨어요, 선생님?
◆ 조정래> 평균 하루에 소설 쓸 때는 12, 13시간입니다.
◇ 김현정> 1943년생이시잖아요. 제가 굳이 연세 계산은 안 하겠습니다마는.
◆ 조정래> 일흔일곱 살입니다.
◇ 김현정> 안 힘드세요?
◆ 조정래> 힘들죠. 힘들지만 참고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의 길 아닙니까? 특히 예술로 남을 감동시키려고 하면 노력하지 않고 되겠습니까?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 정도 이루셨으면 이제는 좀 즐기시면서 글 감옥에서 나오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 조정래> 저는 글 감옥에 있는 것 자체가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 김현정> 이 경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요? 그러면 온 생애를 문학에만 몰두하셨는데 다시 태어나도 작가입니까?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거는.
◇ 김현정> 지금 바깥에서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지금 원고지에다가 직접 글로 쓰시는 분이 김훈 작가님하고 조정래 작가님 두 분 남으신 거 맞아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저는 사인펜으로 쓰고 김훈 작가는 연필로 쓰고 그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 김현정> 왜 그렇게까지 고집을 하시느냐. 컴퓨터로 쓰셔도 될 텐데, 이제는.
◆ 조정래> 한 자, 한 자를 손으로 쓰면 그 글자 한 자, 한 자에 내 영혼이 아로새겨져서 내 나름의 독특한 문장, 감동이 실릴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 김현정> 한 획, 한 획 힘을 주어서 눌러 그릴 때마다 내 영혼이 거기에 새겨지는 느낌. 알겠습니다, 선생님. 예정에 따라서 다음 작품은 뭔가요?
◆ 조정래> 다음 작품은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를 천착하는 것을 세 권 정도로 한 3년 후에 쓸 거고요. 그다음에 3년 후에는 모든 인간이 영원한 수수께끼로 가지고 있는 내세의 문제, 영원의 문제를 쓸 것입니다.
◇ 김현정> 갈수록 더 어려워지시네요, 선생님.
◆ 조정래> 지금까지는 현실에 천착한 문제를 써왔기 때문에 좀 더 차원을 달리한 문제를 쓰면서 제 소설 인생을 마감해야 되겠죠.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선생님. 또 좋은 작품으로 계속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조정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조정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천년의 질문이라는 신간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대작가 조정래 선생님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천년의>천년의>천년의>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