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다. 이 때문에 상대의 집중 견제가 항상 따른다.(사진=대한축구협회)
벼랑 끝 위기다. 이럴 때는 ‘지메시’가 필요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프랑스 그르노블의 스타드 데잘프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조별예선 A조 2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프랑스와 개막전에 이어 조별예선 2연패다. 두 경기에서 득점 없이 6실점한 탓에 2회 연속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는 더욱 희미해졌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초점을 맞췄던 노르웨이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는 한국 여자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벼랑 끝 승부가 됐다.
지난 두 경기에서 한국 여자축구는 지소연(첼시FC 위민)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지소연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위민)과 함께 ‘윤덕여호’에 단 둘뿐인 유럽파다. 그 중에서도 지소연은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열세였던 프랑스전도,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도 역습에 무너진 나이지리아전도 지소연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풀 타임을 소화했지만 경기 도중 부상까지 당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축구는 영국 무대에서, 또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지소연이 필요하다. 지소연은 2006년 A매치에 데뷔해 지금까지 118경기에서 65골을 기록한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이다. 하지만 유독 큰 경기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전술적으로도 지소연이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6월 현재 한국 여자축구는 위기다.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신세계그룹은 한국 여자축구만을 위해 4년간 100억원 이상의 엄청난 투자를 약속했다. 남자축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반이 부족한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한 최초의 대형 투자다.
100억원의 넘는 엄청난 투자는 현재 대표팀을 위한 후원이 아니다. 향후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 갈 자원을 위해 쓰일 귀중한 지원이다. 하지만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다면 자칫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조롱을 받을 수도 있다.
윤덕여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많은 선수가 눈물을 보였다며 지난 4년의 노력이 보상받아야 하는데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2018~2019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지소연에게 어쩌면 시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노르웨이전이라는 점에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명예 회복이 아닌 한국 여자축구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소연은 그라운드 위에서 전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