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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기고]6월 국어 점수에 실망한 K에게

    • 2019-06-13 14:12
    왜 6월 국어를 망쳤을까?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배가 아프고...' '시간을 잘못 봤고...' '어제 잠을 못잤고...' '샤프가 고장났고...' 제발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실력이 없으니까 6월 평가원 국어를 못 본 거다.

    왜 실력이 없을까? 국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좀 억울한 얘기일 수는 있겠다. 세상에 1% 정도는 국어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고, K는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다른 어느 과목보다 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이 없는 이유는 그냥 국어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라. 일단 국어 점수가 타고난 머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국어를 포기하고 대학가기를 포기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국어 공부란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등 독서부터 12년을 얘기하는 거다. 대치동에서 초등 독서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애들이 발에 차인다. 고3 잠깐 국어 공부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점수를 올리면 된다. 다행히 수능국어는 국어 천재를 뽑는 시험이 아니다. 적어도 70%에 대해서는 범위가 분명히 정해진 시험이다. EBS에서 그것도 6월은 수능특강에서만 70%가 나왔다. 문학 작품은 시험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아는 작품이어야 한다. 만일 EBS수특을 한 번 풀어보고 던져뒀다면 이제부터 전체 작품도 읽어보고 주제도 생각해보면서 책상머리에 앉아서 '감상'하길 바란다. 이제 수능완성이 나온다. 내신 끝나면 바로 수능완성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시간 관리가 안 됐다면? 시간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남는 것도 문제다. 적절한 시간의 안배는 '연습'밖에 답이 없다. 각종 모의고사가 넘쳐난다. 고3 기간 동안 최소 30회 정도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체 시계가 작동한다. 좀 늦다 싶으면 몸이 식은 땀을 내보내며 신호를 보낸다. 숨겨뒀던 실력을 '짜잔~'하고 보여주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평소 모의고사를 보듯 수능을 보면 성공이다. 진부하지만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잔소리를 하나 하자면, 시간 관리는 초반에 해야 한다. 특히 문법이 시간을 아끼기에 가장 좋은 영역이고 학생들 간에 시간의 차이가 많이 나는 영역이다. 문법은 전문영역이다. 비문학이 '교양'이라면 문법은 '전공'이다. 어간과 어근의 차이를 구별해서 말할 수 있는가? 없다면 여름방학에 문법 공부를 해라. 그러면 정답률도 올라가고 시간도 아낀다.

    화법과 작문이 어렵다고? 화법과 작문은 가장 오답률이 높은 문제가 30% 수준의 영역이다. 사실 어렵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빨리 풀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답이 잘 안 보이면 짜증이 나는 영역이다. 화법과 작문은 '예상'이 중요하다. 대화나 토론 지문을 읽으면서 '문제적'인 진술이 눈에 띄고 실제로 문제에서 그것을 물어볼 때, 즉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을 때 시간이 단축되고 실수가 줄어든다. '나는 이상하게 화법과 작문이 어려운' 게 아니라 화작에서 예상이 안 되는 사람은 누구나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영역이다. 무식하게 들리겠지만 기출문제 '한 바퀴'를 권하고 싶다. 토론, 대화, 대담 이렇게 글의 유형을 모아서 풀어보면 효과가 좋다.

    비문학은 어떡하나요? 일단 어떤 '비법'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11월 14일 아침까지 읽어 봐야 하는 것이 비문학이다. '비문학'이란 말 자체가 좀 웃기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글이 비문학이다. 공자님에게도 칸트에게도 아인슈타인에게도 없는 것이 글을 읽는 비법인데, 대치동의 유명 강사 따위에게 비법이 있겠는가? 배경지식과 집중력, 기억력, 상상력의 향연이 바로 '독해'다.

    뜬구름 잡는 얘기로 오해하지 마라. 오히려 그 비법을 찾으려는 태도를 버릴 때 비로소 글의 '패턴'이 보인다.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패턴'이다. 그 패턴에 맞추어 글의 내용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지문도 있다.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6월 경제가 어려웠다면 일단 연계 EBS 지문인 수특 사회 9번 지문을 다시 분석해 봐야한다. 또한 EBS를 풀다가 모르는 것은 고등 교과서를 찾아봐야 한다. 우물을 퍼 올리고 다시 두레박을 내리듯 이 행위의 반복을 수능날 아침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수능국어는 고교 교육 과정 범위 안에서 출제된다 우리는 천 길의 우물을 퍼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꽤나 높은 도전이라는 말이다.

    '뼈 때리는' 얘기를 해보려고 했으나 마음이 약해져 꼬집기 수준의 얘기밖에 되지 않은 듯하다. 고등학생은 반드시 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거나 수능을 잘 봐야 한다는 전제의 말은 아니다. 개개인의 목표나 삶의 방향은 다르니까. 다만 수능 국어를 잘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고 꾸준한 실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K! 수능도 일종의 국가 고시다. 냉정한 시험에 '그랬쪄요~? 우쭈쭈'를 기대하지 않기를. 수능이 아니라 우주상의 어떤 시험도 4% 안에 들기는 어려운 법이다. 어리광은 엄빠에게 부리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길!

    심훈 (다원교육 대치∙목동 국어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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