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 정상화를 두고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지만 정작 협상을 이끌고 있는 이인영과 나경원, 두 당 원내대표들의 칼끝은 서로의 뒤쪽을 겨누고 있다.
국회 정상화의 실질적인 키를 상대 당 원내대표가 아닌 청와대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쥐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황 대표가 선언한 정책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한국당도 정책경쟁에 자신이 있으면 국회로 들어와서 국민 앞에서 경쟁하자"고 말했다.
국회 복귀를 논의할 협상 파트너인 나 원내대표에 대한 얘기는 쏙 뺀 채 황 대표를 콕 찝어 말한 것이다.
특히 "국회 밖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이념 선동과 막말 퍼레이드가 반복되는 것이 정책경쟁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한국당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황 대표를 자극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같은 황 대표를 향한 '도발'은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이 나 원내대표가 아닌 황 대표라고 보는 시각에 기인한다.
지난 2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쥔 황 대표는 장외 투쟁을 주도하는 등 당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당권을 거머쥠과 동시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판에 집중하면서 분열하고 내홍 중이던 당내 교통정리나 원내에서의 법안·정책 대결 보다는 대권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패스트트랙 처리 전면 무효화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황 대표를 넘지 못하면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만나거나 통화라도 할 수 있지만 황 대표는 전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찌감치 총선 국면에 접어든 점을 고려할 때에도 황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 당에게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대로 연일 청와대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이 주최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토론회나 상임위원회에서 이와 관련된 청와대를 불러내서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상화와 관련해 청와대의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꺼내들었다.
특히 "이렇게 패스트트랙을 강행시켜놓고 그 이후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가 파행된 동안 저한테 연락 한번 제대로 했느냐"며 "이렇게 야당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안 하고 무조건 압박을 하는 것은 정말 나쁜 정부"라고 말해 국회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청와대에 있음을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은 한국당의 협상 파트너가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아닌 청와대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한국당·민주당 정당해산이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국회와 관련된 청원에 다른 청원들보다 먼저 답을 하고, 또 매우 비판적인 논조로 답을 한 점도 나 원내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협상이 더욱 꼬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기정 정무수석, 복기왕 정무비서관 같은 사람들이 기름을 부었으니 협상이 잘 될 리가 있겠느냐"며 "지금 청와대는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