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제공)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D램 반도체의 수출물가 하락폭이 꾸준히 둔화하는 양상이다. 환율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의 '2019년 5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원화기준 D램 수출물가지수는 지난달 76.70으로 전월(77.05) 대비 0.5%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하락이다.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안팎으로 가장 크다. 7%대인 자동차나 석유화학, 5%대의 조선을 압도한다. 반도체만 놓고 따지면 D램이 다시 20~30%로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D램 수출물가가 오르면 전체 수출실적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수출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기는 하나, 하락폭이 꾸준히 축소되면서 '상승 반전'이 임박한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D램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 0.1% 하락을 시작으로, 올해 1월 14.9%의 최대 낙폭을 기록한 뒤 지난달 0.5%까지 하락폭을 줄였다.
다른 반도체도 수출물가 개선이 나타난다.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 7.5% 최대 낙폭 이후 지난달 1.5%로 하락폭을 줄였다. 지난해 12월 1% 하락했던 시스템반도체는 2개월만에 상승 전환돼 지난달 3.5% 상승폭을 나타냈다.
다만 5월 한달간 20원 이상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만든 착시일 수도 있다. 달러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달 D램 수출물가지수가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화기준 하락폭 보다 8배나 크다.
한은 관계자는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D램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하락폭이 최근 줄어드는 모습이기는 하다"며 "하지만 수출이 여전히 마이너스이고, 가격 역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 회복이란 표현을 쓰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D램의 경우 기업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수요 증가로 2017~2018년 대규모 호황이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의 유튜브 동영상 저장소나,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용 저장소 등이 D램 시장을 키웠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적 경제성장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들어 5월까지 48% 급락한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와 4분기 각각 10%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계도 반도체 경기 판단에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수요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구글 등 대형 바이어들의 재고 소진 △5G 이동통신 보급 확대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확산 △인텔·AMD의 신제품 CPU 출시 등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 상승전환 시점을 당초 상반기로 예상했었는데, 좀 늦어질 것같다"며 "그래도 올해 안에는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