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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광 1번지 맥 끊는 송현(松峴)…20년간 버려진 땅

사회 일반

    대한민국 관광 1번지 맥 끊는 송현(松峴)…20년간 버려진 땅

    경복궁 부근이자 인사동길과 접한 송현동 부지가 장기 방치된 채 수풀만 무성하다.(사진=종로구청 제공)

     

    구한말 경복궁과 인사동 민가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고 지금은 서울관광명소인 경복궁~인사동~창덕궁으로 이어지는 ‘율곡로 관광벨트’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종로구 송현동)에 경복궁.인사동과 연계된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중이다.

    이곳에 7성급 한옥호텔 신축을 추진하던 대한항공이 사업추진을 포기한데 이어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공원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시민들도 공원조성에 찬성하고 있어 공원조성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대한항공의 호텔신축을 돕기 위해 여권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송현동 부지는 호텔신축 찬성과 반대가 맞선 ‘정치권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그래픽=비주얼그래픽 팀)

     

    ◈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입장에 변동없다"

    하지만 워낙 많은 시민들이 서울 핵심 문화관광자산의 한 복판에 자리한 부지의 상업적개발에 반대하는 데다 교육청의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건립 불가 결정, 잇따른 행정소송 패소로 호텔추진동력은 소멸됐다.

    이 땅의 소유자인 대한항공은 2019년초 개발이 어려워진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측은 13일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동이 없고 (땅을)내놨으니까 사시겠다는 분이 나타나서 가격만 맞으면 파는거죠. 매각가격은 시장가대로 받아야 되겠죠”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한항공이 땅을 내놓은 지 오래됐지만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건 행위제한에 묶여 개발이익 창출에 한계가 있는데다 상업적 개발에 대한 반대여론이 여전하기 때문.

    이곳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150%, 고도제한 16m로 묶여 최고 4층 건물밖에 짓지 못한다. 반면에 대한항공측이 바라는 매각가격은 5000억원으로 공시지가 1628억원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상업적 개발의 길이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이곳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로 논의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경복궁 옆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사진=이한형 기자)

     

    ◈시민여론조사.. 90%가 송현동 공원조성 '찬성'

    ‘송현동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자’는 운동을 펴기 시작한 풀빛문화연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원조성에 찬성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430명 가운데 387명이 찬성의견을 밝혀 찬성률이 90.0%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활용방안을 물은 질문에는(5점 척도) 공원을 가장 선호했고(430점), 박물관(415점), 한류문화체험관(414점) 순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지난해 11월22일~11월28일까지 1주일동안 온오프라인 병행조사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 응답자수 455명, 완성 응답자수 430명이었다.

    시민단체와 지역구 의원,종로구청의 오랜 노력으로 공원을 조성하자는 공감대는 서서히 확산되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땅 매입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정부나 지자체 뿐이라는데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종로구가 공원조성에 가장 적극적이지만 구청 전체 예산규모가 4221억원에 불과해 자력으로는 공원조성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서울시가 그나마 여력이 있는 편이지만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공원 조성이 추진중인 송현동 부지 전경(사진=종로구청 제공)

     

    ◈종로구가 공원조성 가장 적극적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송현동은 광화문광장,경복궁,인사동,북촌,청와대와 인접한곳이자 관광객 이동이 가장 많은 중심지”라며 “도심에 숲을 가꿀수 있는 유일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시의회에서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이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앙정부가 매입해 일부는 공원화하고 일부는 우리 전통문화를 현양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오는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미대사관 숙소부지는 서울에서도 주요관광지 밀집도가 가장 높은 요지에 위치해 있지만 근 20년 가까이 높은 담장에 둘러쳐진 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된 것은 물론, 더욱 문제인 것은 서울 4대문안의 관광 1번지인 ‘율곡로 관광 벨트’의 맥을 끊어 관광의 집중성을 떨어트리고 귀중한 관광자산을 파편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관광자산인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나 미국의 워싱턴 마뉴먼트 등 세계적인 관광지 어디를 가봐도 서울처럼 흉물에 의해 맥과 흐름이 끊긴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샹젤리제는 개선문에서 엘리제궁, 콩코드광장, 루브르, 오르세.오랑주리미술관, 세느강 퐁뇌프, 노트르담까지 끊김이 없고 적절한 포인트에 관광자원이 흩어져 있어 관광의 '편의성과 집중성'이 뛰어나다.

    반면 한국은 과거 식민지 시절 송현동부지가 친일파 소유 적산가옥으로 팔려나가고 미군이 진주한 뒤에는 외세의 영향으로 어쩔수 없었다 하더라도, 맘만 먹으면 더욱 시민친화적이고 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오늘날까지도 손을 놓고 있다.

    송현동 부지를 주위 관광자산과 잘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시민 A씨는 14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있는 관광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고, 송현동 부지 근처에서 근무하는 다른 시민 B씨는 "공원이 들어오면 시각적으로나 생활하는데 더 개선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C씨는 "소나무 언덕이라서 송현이라고 부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나무공원이던 다른 공원이던 공원이 들어서는게 공기도 좋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를 지나는 시민들은 오랜세월 방치돼 온 이 곳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 경복궁과 인사동길 등 주요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므로 공원을 조성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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