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배정이 유력했던 'XM3 인스파이어'.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이 길어지자 물량 배정을 보류한 상태다.(사진=이한형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1년에 걸친 노사갈등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힘겹게 도출한 2차 잠정합의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통과되며 타결을 이뤄냈다.
전면파업과 공장 부분폐쇄의 아픔을 딛고 정상화를 이룬 르노삼성은 이제 르노 본사의 위탁 물량을 따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한 해 생산량의 절반을 위탁 물량에 의존하는 르노삼성인 만큼 물량 배정에 회사의 운명이 걸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 노사갈등 아픔 끝 타결… 합의안 내용은?르노삼성 노사가 마침내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타결을 이뤘다.
지난해 6월 18일 협상을 시작한 지 1년 만이자 두 차례의 잠정합의안 도출, 300시간이 넘는 파업 끝에 이뤄낸 값진 결과다.
부분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된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 노조는 전날 진행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4.4%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유권자 조합원 2,149명 중 2,063명이 참가했고 과반의 찬성표가 나와 잠정합의안이 최종 타결된 것이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을 시작으로 ▲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 원 지급, ▲ 중식대 보조금 3만 5,000원 인상, ▲ 성과급 총 976만 원과 생산격려금 50%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어 파업 기간 임금 일부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노사 상생 공동선언 격려금'을 지급한다.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약속도 이뤄졌다. 직업훈련생 60명을 고용하고 외주용역과 관련해 정기회의도 진행한다. 끝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다시 한번 약속했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16일에도 1차 잠정합의안을 내놓으며 극적 타결을 이뤄내는 듯 했지만 닷새 뒤 열린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며(반대 51.8%) 파행을 빚었다.
부결 직후 르노삼성 노조는 집행부를 중심으로 지명파업에 나섰고 이달 5일엔 르노삼성 역사상 첫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극한의 갈등을 보이던 르노삼성 노사는 이달 12일 가까스로 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이어 전날 진행된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로 마침내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 명운 걸린 '물량 배정'… "못 받으면 생산량 반 토막"정상화를 약속한 르노삼성은 이제 위탁 생산 물량 배정에 총력을 기울인다.
르노삼성은 한 해 생산량의 절반을 프랑스 르노 본사가 배정하는 위탁 생산 물량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위탁 생산 물량을 받지 못할 경우 생산량이 반 토막 나는 것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그동안 르노본사로부터 물량을 받아 위탁생산한 닛산 SUV 로그 차량.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은 올해 9월 끝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총 21만 5,809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 중 10만 7,262대가 본사로부터 배정받아 위탁 생산한 차량 닛산 로그였다. 전체 생산량의 49%였다.
한동안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올해 9월 끝난다. 르노삼성은 새로운 물량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배정이 유력한 차량은 'XM3 인스파이어'다.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도 임단협 타결 직후 XM3 배정을 강조했다.
시뇨라 사장은 "고객들은 THE NEW QM6와 XM3 인스파이어에 매우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생산과 연구개발, 판매, 품질, 지원 등 모든 부분에서 르노삼성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기회를 만들자"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르노의 차세대 크로스오버 SUV인 XM3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르노 테크놀로지 코리아'가 만들었다. 르노삼성이 직접 연구 개발한 차량이다.
르노삼성은 XM3의 국내 물량은 물론 유럽수출용 물량 배정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에 르노 본사도 당초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XM3의 한국 물량은 물론 유럽 수출용 물량까지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보류한 상태다.
르노 본사는 애초 지난 3월,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생산할 공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이 길어지면서 올해 상반기로 연기했다.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두고선 부산공장과 스페인의 바야돌리드 공장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10만 대에 육박하는 수출 물량인 만큼 르노삼성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르노삼성 노사가 뒤늦게나마 임단협 갈등을 끝낸 점은 다행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이번 임단협 타결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생산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생존을 위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또 AMI태평양 지역 본부의 핵심 생산 기지로 수출 지역 다변화 및 지속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