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한 U-20 축구대표팀.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이제야 실감이 나요."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쓴 유망주들이 금의환향했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초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 국민들의 밤 잠을 설치게 한 것은 물론 어린 유망주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은 17일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업적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정정용 감독도 '어게인 1983'을 외쳤지만,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라는 죽음의 조에 속했던 탓이다.
하지만 당당히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우승이 헛된 목표는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은 한국 땅을 밟고서야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실감했다. 공항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함께 팬들이 찾아 한국 축구의 희망들을 환영했다.
주장 황태현(안산)은 "한국에 와서 느껴보니 정말 역사적인 일을 해낸 것 같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골키퍼 이광연(강원)도 "이제야 실감이 난다.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는데 이렇게 사랑해주시니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정용 감독도 "한국 땅을 밟아보니 실감이 난다"면서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드리고, 조금 더 잘했으면 결승전에서 더 즐겁게 응원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최선을 다햇으니 앞으로도 지켜봐주시고, 항상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웃었다.
매 순간이 최고의 기억이었다. 무엇보다 연령별 대표팀 특성상 지금 멤버로 하는 마지막 대회이기에 더 소중했다.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한 힘이기도 했다.
황태현은 "매 순간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솔직히 예상은 못했지만, 준비한 것만 잘한다면 좋은 성과를 확신했다"면서 "결승전에 져 아쉬움이 남지만, 이 팀으로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이광연은 "에콰도르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대0으로 이기는 데 실점하면 연장으로 가야 했다. 마지막 선방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모든 선수, 스태프의 믿음이 있었기에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제 U-20 대표팀은 해산이다. 추후 성장 여부에 따라 23세 이하(U-23) 대표팀, 더 나아가 A대표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한다.
황태현은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각자 소속팀에서 더 잘해서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이광연도 "올림픽 대표도, A대표도 있지만, 일단 팀에 돌아가서 경기를 치르는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골든볼과 함께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도 같은 생각이다. 형들과 더 높은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강인은 "모두가 행복했다. 연습하면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하고 좋은 추억이었다"면서 "이제 형들과 함께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