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를 함께할 검찰총장 후보자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을 지명했다.
다섯 기수를 건너 뛴 파격 인선은 문 대통령의 소신인 '적폐청산'의 의지를 다지고, 윤 지검장의 강직함에 검찰개혁 완수를 기대하는 내정으로 해석된다.
◇적폐수사의 상징 검찰총장으로 발탁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17일 "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적폐청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지난 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면서 큰 줄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사회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이고, 또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타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공감이 있다면 얼마든 협치할 수 있다"며 신속한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때문에 국정농단 수사의 상징과도 같은 윤석열 후보자의 지명은 문 대통령의 윤 후보자에 대한 믿음과 적폐청산 완수에 대한 기대감이 섞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개혁 완수 당부한 靑…뚜렷한 입장 없는 윤석열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또 한가지는 검찰 개혁의 완성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후보자가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검찰개혁의 당면 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하지만, 윤 후보자가 이를 완수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윤 후보자는 아직 한번도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윤 후보자는 이날 지명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앞으로 차차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관련 답변을 피했다.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면서 사실상 반기를 들고, 송인택 울산지검장이나 윤웅걸 전주지검장 등이 적극적으로 공개적 비판 의견을 낸 것과는 다른 행보다.
검증 과정에서 모종의 공감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윤 후보자는 논의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그가 상부의 지시나 압력 보다는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강직한 성격이기 때문에 정부와 발을 맞춰 수사권 조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윤 후보자는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방해를 폭로하며 “조직을 사랑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았기에 이러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민정 대변인은 "앞으로 어떤 의지를 가지고 검찰 이끌지에 대한 부분은 후보자께서 직접 밝히시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국민들이 열망하고 있는 검찰개혁에대한 기대감과 조직쇄신문제 등도 지금 계속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다섯 기수 건너뛴 지명 자체가 검찰 향한 메시지윤석열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문 대통령이 검찰 조직을 향해 던지는 목소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윤석열 후보자보다 다섯기수 선배다. 또 1988년 이래로 윤 후보자는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사장에서 검찰 수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기도 하다.
이는 관행처럼 여겨지는 폐쇄적인 기수문화를 탈피하고, 향후 검찰 인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내정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후보자가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도 파격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윤 지검장이 첫 출근했을 때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그보다 두 기수 선배였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 특유의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기수 문화·승진 문화가 갖는 부작용 때문에 일선 검사들은 고위층이나 정치권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 윤 후보자도 국정원 댓글수사를 이끌다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고 좌천된 장본인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윤 후보자에게 제도 개혁은 물론 검찰 문화까지 쇄신해달라는 과제를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