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국내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기순환기의 기준순환일 설정' 발표가 유보됐다. 경기 흐름에 대한 예측이 당분간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제활동은 바닥-상승-정점-하강에 이르는 순환 주기가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바닥과 정점을 특정해서 발표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3월이 경기 저점이었다고 2016년 6월에 발표했다. 경기 저점이 지난지 무려 3년3개월 후에 발표를 한 것이다. 그만큼 경기 순환 사이클을 분석해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처럼 경기 저점이 지난 만큼 정점 시기를 정해서 발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지난 17일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회의를 열어 '기준순환일 지정'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정점 설정 기간이 짧고, 국내총생산(GDP) 변동 등 지표의 변화가 미미해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발표가 유보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태호 분과위원장(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과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등 9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3명은 기준순환일 지정을 찬성했으나 6명이 유보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정점 시기를 2017년 5월과 9월 2개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는데, 큰 이견은 없었다"며 "단지, 공표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 9월이 경기 정점으로 지정되면 2013년 3월 경기 저점 이후 4년 6개월만에 경기순환일이 지정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볼 경우 불과 1년 9개월만에 경기 정점을 결정하게 돼 과거보다 설정기간이 짧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경기 저점을 결정하는데 3년3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너무 짧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관계자는 "순환기 경기정점 설정 소요기간이 과거에 비해 짧은 점과 GDP 순환변동치의 변동이 미미한 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발표를 유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점이 정해지면 경기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금리와 재정, 최저임금 등 경제정책을 적절하게 결정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는 이번에 정점 결정 유보로 6년 넘게 경기 정점을 정하지 못해, 앞으로 당분간 경기 전망에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계청은 오는 9월에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다시 열어 경기 정점을 재논의한 뒤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