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최대 0.5%p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내 단행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도, 한은은 경제여건을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20일 연준의 발표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2.25~2.50%로 동결하되, 연내 최대 0.5%p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FOMC 뒤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17명 중 7명이 2019년 중 0.5%p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0.25%p 인하론 제기자도 1명 있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3월과 6월 점도표 상 동결(2.25~2.5%) 의견이 가장 많은 것은 동일하나, 6월 회의 때는 인하론이 대폭 증가한 게 확인된다. (자료=美연준 홈페이지)
한은조차 "예상 외의 일"(이주열 총재)이라고 놀란 연준의 이번 발표는 금리 인하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이전에 없던 "경기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대신 "통화정책에 있어 인내심을 갖겠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장 7월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6월 FOMC는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 이벤트였다"며 "당초 올해 4분기로 예상했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3분기로 조정하고, 인하 횟수 전망 역시 2회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인하 정책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호주, 인도가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수뇌부도 최근 연례포럼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75% 동결이 결정된 앞서 지난달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미 조동철 금통위원의 '인하 소수의견'이 공식 제기됐다. 아울러 '이번 말고 다음 회의 때 인하하자'는 위원도 1명 있었던 게 확인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반도체 등 수출 부진 등을 들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꾸준히 내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다음달 금리인하 카드를 뽑으면, 한은도 바로 다음 회의인 8월 금통위에서 인하로 방향을 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연준의 다음 FOMC는 7월 30~31일로 우리 시간으로 8월 1일 새벽에나 결과가 발표된다. 한은 금통위의 바로 다음 회의는 7월18일로 7월 FOMC에 앞서고, 그 다음 회의는 8월30일에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러나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 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연준의 정책 변화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나 연준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 역시 즉각 인하가 아니라, 이달말 있을 G20정상회의에서의 미중 회담결과 등 각종 경제현안을 지켜보고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성명서에도 '경제성장의 확대를 예상하지만,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기에 이후 정보들의 시사점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다소 유보적 입장이 담겼다.
한은의 신중론에는 천문학적 가계부채, 다시 꿈틀대는 부동산가격 등에 따른 금융불안 리스크가 깔려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 둔화하고 있지만, 올 1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년동기 대비 1.9%p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2.1%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