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21일 새벽 문래동에서 수돗물 사고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내에는 40년 가까이 된 노후 상수도관이 138킬로미터나 남아 있어 여름철 수돗물 사용량 증가와 맞물려 제2, 제3의 '붉은 수돗물'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제기된 영등포구 문래동 지역의 노후 상수도관을 연내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 1달 사이 10여건의 "수돗물이 오염됐다"는 민원이 제기된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삼환,신한,현대 5차 아파트)지역에 매설된 상수도관은 1973년에 묻힌 것으로 36년이 지난 내부가 심하게 부식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곳에서는 올해초에도 수돗물 민원이 제기돼 상수도 당국이 수질검사를 실시했지만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아 대책마련으로 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노후관 또는 물탱크 오염으로 수돗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고원인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돗물의 색깔이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물 사용량이 증가하는 하절기로 접어든 점을 들어 상수도본부에서는 관 노후화에 따른 내부부식이 수질오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수도관 노후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서 가장 선도적으로 노후관 교체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2018년말 기준 수도관 총연장 1만3571㎞ 가운데 98.7%(1만3396㎞)를 녹이 슬지 않는 반영구관으로 교체해 낡은 수도관은 138㎞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노후 상수도관은 매설된 지 30~40년된 것들이다.
이 가운데 2019년 76㎞(1062억원), 2020년 62㎞를 반영구관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문제는 총 138킬로미터의 노후 수도관이 서울시내 전지역에 골고루 퍼져 있어 제2, 제3의 붉은 수돗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계절적으로 수돗물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우려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21일 "하절기에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유속이 빨라지게 되면 아무래도 부식된 수도관 내부에서 이물질이 떨어져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오전 붉은 수돗물 민원지역을 방문해 "저수조 청소 등 가능한 한 빨리 복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할 것, 해당지역 노후 상수도관 교체를 빠른 시일내 긴급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신속히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시가 '붉은 수돗물' 민원이 들어온 문래동 일대에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 권고를 확대한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아파트에 아리수가 쌓여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따라 상수도본부는 영등포구 문래동 4가일대의 노후 상수도관 (800밀리) 1.7킬로미터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 교체하기로 하고 영등포구청, 강서도로사업소 등 관련기관과 협의중이다.
민원발생 지역의 상수도관은 애초 2019년 교체가 검토됐지만 공사로 굴착한 도로를 3년이 지나기 전 다시 파헤치는 걸 금지한 서울시 관련 조례 규정 때문에 상수도관 교체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 곳은 2017년부터 올해말까지 도로굴착제한에 걸린 지역이다.
한편, 서울시는 21일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지역을 영등포구 문래동 4가에서 5가와 6가까지 포함한 1천314세대로 확대하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아리수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