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캡처=KBS/연합뉴스)
청와대는 지난 17일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어선 귀순 관련 브리핑에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참석한 것은 맞지만, 사건을 축소하려거나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현장에 있었다"며 "갔던 목적은 언론 보도 상황에 대해 전체적인 여론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행정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 어떤 협의나 사전 조율 을 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합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군은 지난 15일 06시 50분경 북한 소형선박 1척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 해안 경계작전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이 사건 당일인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어선이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자체 수리해 삼척항으로 와 오전 6시 50분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고 이 내용이 청와대와 합참 등 관계기관으로 전파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 당국이 북한 어선이 발견된 곳을 '삼척항'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은폐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군 당국의 '문제 없다'는 취지의 브리핑도 논란을 키웠다.
파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17일 브리핑 현장에 있었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브리핑 내용에 대해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커졌다. 사건 축소·은폐를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도한 수석은 "국가안보와 관련됐을 경우 사전에 브리핑 뿐 아니라 상황 전반에 대해 청와대가 보고를 받는다"면서도 축소·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에 참여한 행정관은 지난 1월 일본과의 초계기 갈등 상황이 발어졌을 때도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중대상황이라 판단해 참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윤 수석은 "군 당국의 발표는 계획된 작전 활동을 했고, 실수가 없었다는 취지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안이했다"며 "어선이 점으로 나타났든, 파도때문에 놓쳤든 내부적으로 변명은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계 태세에서는 실패 또는 잘못한게 맞다"고 말했다.
때문에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합참 브리핑 다음날인 18일 비공개 회의에서 군의 경계태세 미흡을 강하게 질타했고, 이것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어떤 취지의 브리핑이 진행될 지는 보고를 받지만, 현장에서 발표되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잘못된 취지의 해명을 막을 수는 없었고,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문 대통령이 나섰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동해상 경계활동에서 좌우지간 빈틈이 생겨 배가 넘어온 부분인데, 군 당국은 정상적으로 시행됐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대통령은 어떠한 상황에도 뚫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질책하셨다"고 설명했다.
어선 발견 장소가 삼척항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변경된 경위에 대해서는 "해경이 삼척항으로 발표한 뒤 사실관계를 정정한 적이 없다"며 "배가 들어온 곳이 부두의 끝과 방파제의 연결부분이라, 군의 통상적 용어로 인근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수석은 "해경이 이틀전에 삼척항으로 명기한 보도자료를 국방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군의 대응 실패나 북한과의 관계를 우려해 사안을 축소해려 했던 것이 아니라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며 사실관계를 번복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청와대는 경계 태세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군 당국과 청와대를 포함해 모든 대응체계를 점검할 방침이다.
윤 수석은 "경계태세나 메뉴얼을 지키지 못한 부분, 합동신문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 등 과정상 구멍이 생긴 부분에 대해 청와대를 포함해 모든 관련 기관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