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64)씨가 해외 도피 21년 만에 검거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차민지 수습기자)
회삿돈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잠적한 지 21년 만에 해외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넷째 아들이 국내로 송환됐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손영배 단장)은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정 전 회장의 넷째아들 정한근(54)씨를 최근 파나마에서 검거해 22일 오전 3시 35분(한국시간) 두바이에서 국적기에 태워 한국으로 압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적기 탑승과 동시에 미리 발부된 구속영장도 집행됐다.
정씨는 이날 오후 1시 23분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후드를 뒤집어 쓰고 수갑을 찬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아버지 정태수 회장의 위치를 아냐", "왜 해외도피를 했냐", "납세금 낼 생각 있냐"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없이 공항 밖에서 대기하던 호송차에 올라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정씨는 한보그룹이 부도난 1997년 11월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스위스)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씨는 한 차례 검찰조사를 받고 1998년 6월 해외로 나가 잠적한 뒤 이후 캐나다, 미국, 에콰도르 등지에서 약 21년간 도피생활을 해왔다. 같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소재불명으로 집행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지난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횡령 혐의로 정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세 약 253억원의 고액 체납자이기도 한 정씨가 미국에 체류중이란 측근의 인터뷰가 방송된 이후 검찰은 소재추적에 본격 착수했고 최근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의 국내송환이 이뤄지면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에서 도피 경로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 일가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도피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현재 생사 여부도 알 수 없는데 살아있다면 96세의 고령이다.
정 전 회장은 국세청이 2014년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중 체납액이 2천225억원으로 1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