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책은 스크래치 혹은 주름 흔적이 두드러지나, 오른쪽 책은 주름이 거의 없다. 오른쪽 책이 오영식 소장본. (사진=엄동섭 씨 제공)
1925년 발행된 김소월(1902∼1934)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기존에 알려진 두 종류가 아니라 세 종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2011년 '진달래꽃' 초판본 4권을 문화재로 등록하면서 2종 4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커졌다.
문학서지 연구자이자 근대서지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근대서지' 편집위원인 엄동섭 씨는 '근대서지' 최신호에 실은 논문 '제3원본의 출현과 진달래꽃 원본의 다층성'에서 '진달래꽃' 초판본은 3종이라고 주장했다.
등록문화재 제470호인 '진달래꽃'은 김소월 생전인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賣文社)가 발행했다. 하지만 총판매소는 제470-1호가 중앙서림이고, 제470-2∼4호는 한성도서주식회사이다.
중앙서림 판본과 한성도서주식회사 판본은 표지가 완전히 다르고, 내용도 일부 차이가 있다. 중앙서림본 표지는 그림이 없고 글자가 활자체이지만, 한성도서본 표지는 진달래꽃과 괴석 그림을 크게 넣고 서체가 필기체다.
2014년 단행본 '원본 진달내꽃 진달내꼿 서지 연구'에서 등록문화재 제470-3호와 제470-2·4호 표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엄 편집위원은 오영식 근대서지학회장이 최근 얻은 '진달래꽃'을 분석해 이 책이 제470-2·4호와 다른 이본(異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영식 소장본은 발행 일자가 등록문화재 '진달래꽃'과 마찬가지로 1925년 12월 26일이며, 총판매소는 한성도서주식회사다.
엄 위원은 "등록문화재 제470-3호 '진달래꽃'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영식 소장본과 표지 장정 방식이 동일하다"며 "제470-2·4호는 표지에 스크래치 혹은 주름 흔적이 두드러지지만, 오영식 소장본과 제470-3호 표지는 스크래치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엄 위원은 오영식 소장본이 등록문화재 제470-3호와 동일 판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470-2·4호를 한성도서 A본, 오영식 소장본을 한성도서 B본으로 규정했다.
한성도서 B본은 한성도서 A본과 표지 상태가 조금 다르지만, 책 크기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한성도서 B본은 가로 11.3㎝·세로 15.4㎝로 한성도서 A본보다 가로는 0.8㎝, 세로는 0.6㎝ 더 크다.
내용에도 두 판본 간에는 차이가 있다. 엄 위원은 시 '먼 후일(後日)'에서 한성도서 B본이 '아니닛고'라고 인쇄한 부분을 한성도서 A본과 중앙서림본은 '안이닛고'라고 찍었다고 설명했다.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작품에서 한성도서 B본과 중앙서림본이 '쓰라린가슴은'이라고 한 대목을 한성도서 A본은 '쓰라린기슴은'이라고 인쇄했다.
시 '분(粉)얼골' 3연 4행도 다르다. 한성도서 B본은 '소리도업시', 한성도서 A본과 중앙서림본은 '소래도업시'다. '널'에서는 한성도서 A본과 B본이 모두 '아가씨믈'이라고 했으나, 중앙서림본은 '아가씨들'로 찍었다.
엄 위원은 한성도서 A본과 B본, 중앙서림본 내용을 비교해 모두 34곳에서 차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영식 소장본은 등록문화재 '진달래꽃' 2종과는 변별되는, 제3원본으로서 서지적 위상을 갖추고 있다"며 "'진달래꽃' 원본의 다층성 문제는 범위가 2종에서 3종으로 심화했으나, 물질성이 다른 세 종류의 책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하게 됐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진달래꽃'을 문화재로 등록할 당시 책 표지 인쇄 방식이나 본문 표기를 정확히 살피지 않아 등록문화재 제470-2∼4호를 동일본으로 간주했을 것"이라며 "'진달래꽃' 원본에 대한 전수 조사 시행을 문화재청이나 국립한국문학관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