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원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범위도 너무 좁다는 지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지원소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특조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부실지원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피해자 4명이 참석했다.
이날 특조위가 발표한 정부의 부실 지원 사례는 현실과 동떨어진 간병비·요양생활수당 지원, 치료 교통비 미지원, 늑장 행정 등 9가지다.
특조위 발표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인공호흡기로 겨우 호흡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모(58·여) 씨는 24시간 간병을 받아야 하지만, 필요 간병비의 4분의 1 수준만 지원받고 있다.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가족들이 교대로 간병하거나 자비로 간병비를 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 가족이 간병에 나서면서 경제활동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박씨는 또 합병증으로 소화불량, 욕창 등 피부질환도 앓고 있지만 합병증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입원 중 처방되는 수액도 지원 대상이 아니다. 합병증과 수액 처방은 살균제 피해와 연관이 없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부족한 지원은 가족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가족 전체의 생계도 위협받는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다른 피해자 정모(사망 당시 69세) 씨는 2016년 8월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 뒤인 2017년 12월에서야 지원 대상 판정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거주자들의 피해도 있었다. 경남 밀양에 사는 중증 피해자 안모(50) 씨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산소통 등 의료기구를 함께 옮겨야 해 매달 최대 150만원의 교통비가 필요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 기준에 교통비는 없기 때문이다.
생사가 급한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의료지원' 제도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증 피해자 김모(58) 씨는 치료 도중 폐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해 수술비용을 긴급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지지 않다가 특조위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지불보증 형태로 지원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신청자 6466명 가운데 정부가 인정한 공식 피해자는 지난 21일 기준 구제급여(폐질환·태아 피해·중증 천식 등) 824명, 구제계정(기관지확장증·독성간염·간질성폐질환 등) 2127명 등 2951명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인정 규모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지원조차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해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지원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점들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