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제공)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일정은 지난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하며, 북미 모두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8일 오사카 현지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이 최근 방북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어떠한 결과도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비핵화를 바라고 있으며,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북한은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기로 결정했는데, 핵개발에 주력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경제발전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인내심 유지', '조속히 합리적 방안 모색' 등의 표현에 미뤄볼 때, 미국이 제재 완화 등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속내도 들어있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양측이 유연성을 보여 이를 통해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려야 한다는데 공감했고, 북미 3차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미국에게 대화와 비핵화 의지가 있음을 밝히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북한이 바라는 계산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기 보다 미국과 한국을 향해 관리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도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지난해 판문점 선언 이후 조성된 평화 분위기는 해치지 않을 것이며, 여건이 마련되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러한 북한의 의중을 들은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북미친서 교환 등은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28일부터 본격적인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공식환영식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후 12시부터는 '절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 뒤 G20 정상회의의 '세계 경제와 무역·투자' 세션의 발언자로 나서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구현을 위한 노력 등을 소개한다.
관심을 모으는 일정은 이날 늦은 오후로 예정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또 푸틴 대통령도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시진핑 주석 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므로 더 솔직하게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전하고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