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좌측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이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됐던 선거법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새롭게 연장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다시 논의를 시작하면서 합의의 단초를 마련할지, 또다시 한국당의 '시간끌기'에 허송세월을 보낼지 주목된다.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들은 28일 오전 국회 상임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기한 연장에 합의했다.
합의과정에서 두 개의 패스트트랙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누기로 하면서 정치개혁특위의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교체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두달 연장된 정치개혁특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선거제 개편의 의지를 갖고 추진해오던 심 위원장이 교체되면서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개월 여간이 넘도록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해 패스트트랙 국면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상황이 쉽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한국당이 현재 당론으로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은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정수를 300석에서 270석으로 축는 안이다. 이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에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패스트트랙 안'과는 정 반대 안이어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연장된 2달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허송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심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여야3당 합의는 우려스럽다"며 "그동안 한국당은 심상정 위원장의 교체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떼쓰기는 선거제도 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패스트트랙에 따라 선거법은 내년 2월 본회의에 자동상정될 수밖에 없고, 만약 합의가 된다하더라도 본회의 상정 직전 막판 타협이 일어나는 정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내놓는 대신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가져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특위 연장으로 한국당을 포함한 선거법 논의가 이뤄지게 된 점은 합의 처리의 기대감을 높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스트랙에 선거법을 태울때부터 한국당 등과 함께 합의 처리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만약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참여할 경우 현재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리고, 연동률을 50%로 하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혀 다른 제 3의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의원 정수를 작년 여야 간 합의대로 10% 안에서 늘려 330석까지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는 지난해 여야 3당의 합의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고, 지역구 의석 축소를 반대하는 민주평화당 등 소수 정당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또 지역구를 오히려 늘리기를 주장하는 한국당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정수 확대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국회 개혁 논의와 발맞춰 가야 한다는 점에서 단시간 내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연동방식을 현행 선거제도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금 더 늘리는 선에서 타협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 의석수만 270석을 남기는 방안도 현행 선거제의 연동방식을 지키기 위한 협상용 카드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루한 협상 끝에 현행 기준에서 여야 4당이 요구하는 비례성 개선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만 늘릴는 선에서 타협이 진행될 수 있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법이 탄생할지는 앞으로의 두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