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수금책'으로 나서서 억대의 돈을 뜯어낸 10대 소년이 구속됐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4일 사기 혐의를 받는 A(16)군에 대해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소년임에도 구속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B(16)군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자백과 반성을 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군 등은 지난 5월부터 1달여 동안 서울 강서구와 서초구 등에서 보이스피싱 '수금책' 역할을 하면서 모두 합해 3억 1200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SNS상에서 '고수익 알바'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됐으며 건당 3~10%에 달하는 활동비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정된 장소에 맡겨진 돈을 걷어오거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에게 직접 돈을 받아내는 등의 방식으로 범행을 벌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이들의 '어머니뻘' 되는 주부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며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총책과는 메신저 '위챗'을 이용해 소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다른 친구 C(16)군이 지난 7일 강서구 방화동의 한 물품보관소에서 수금을 하던 중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차례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C군의 가방에서 나온 입금전표를 단서 삼아 수사를 진행해 A군 등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했다. A군 등의 추가 범행은 서울 방배경찰서 등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