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오는 16일로 예정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 시행을 앞두고 대기업은 대부분 준비를 마쳤으나 중소기업의 약 20%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300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34.6%가 관련 조치를 완료했다고 답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조만간 완료할 예정'이라는 응답 비율이 50.5%였으며, 조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기업은 14.9%에 그쳤다.
대기업의 경우 조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6.9%에 그쳤으나 중소기업은 19.9%로 비교적 많았다.
구체적인 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취업 규칙 반영'이라고 밝힌 기업이 90.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 신고·처리시스템 마련(76.6%) ▲ 사내교육 시행(75.4%) ▲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59.8%) ▲ 최고경영자 선언(54.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응답자의 95.7%는 법적인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괴롭힘의 주요 원인에 대해 '직장예절·개인시간 등에 대한 세대간 인식차'라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으며,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책으로도 '수평적 문화 도입'(32.1%)과 '세대·다양성 이해를 위한 교육'(24.2%)을 많이 꼽았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모호하게 정의된 법 규정을 명료화하고 구체적인 적용 사례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에 대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고, 참고사례 등 정보 부족(37.2%)과 '괴롭힘 행위자의 처벌수위 기준 정립'(24.9%) 등의 순이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정부가 지난 2월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 처벌규정 등으로 부작용과 집행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이며, 기업들이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 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