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논란에 휩싸인 '위증 의혹'은 알고보니 역대 인사청문회 낙마 사유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을 수행하는 데 비교적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꼽히는 '정직'이라는 덕목에 흠집이 난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정부 출연기관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 2017년 한국인사행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인사청문회와 낙마의 정치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부터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 역대 정부에서 청문회를 거친 공직 후보자 341명의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것. 이 가운데 낙마자 29명에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의혹을 모두 10개 유형으로 나눈 뒤 복수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그랬더니 청문회 단골 공방지점인 부동산투기와 금전적 부당이득이 37.2%(16명)와 18.6%(8명)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위증(거짓말) 항목이 16.3%(7명)로 3위를 차지했다.
탈세와 가치논란도 각각 11.6%(5명)로 뒤를 이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 5대 기준에 포함됐던 병역이나 위장전입이 결정적 낙마사유로 꼽힌 사례는 1건도 없었다.
연구를 총괄한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문에 보도된 의혹을 갖고 연구자들과의 토론으로 분석한 자료라 완벽하진 않을 수 있지만, 후보자가 어떤 사유로 낙마하게 되는지 여론을 찾아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성기 PD)
앞서 문재인 정부는 당초 청문회에서 주요 전선으로 꼽혀왔던 병역·탈세·부동산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 등을 인사검증 5대 기준으로 선정해 사전 검증과정에 반영해왔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정직성'이라는 규범적 덕목은 '부당이득'과 함께 실제로 고위공직자의 적격성을 판단할 때 이미 중대한 요소로,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고 있었다.
보고서에서 '위증'을 결정적 낙마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는 사례는 지난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전 지사에 대해서는 금전적 부당이득, 권한남용과 함께 위증이 낙마사유로 지적됐다.
김 전 지사는 잦은 해외여행과 하루 93만원 고액 숙박비, 담보 없는 10억 정치자금 대출,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여러가지 의혹에 시달렸지만, 박 회장에게 금전을 받은 부분 의혹과 이를 감추려다 거짓말 한 게 밝혀지면서 낙마하게 됐다.
김 전 후보자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는 게 문제가 됐다. 그는 청문회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만난 시점을 두고 증언을 번복하다 나중에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되자 "개인적 만남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뒤 사퇴했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윤리성과 도덕성은 공직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자 자격 중 하나"라며 "인간성 자체보다는 그 인간성이 공직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에는 대법관 청문회에 중학교 담임교사부터 과거에 살던 동네 이웃까지 참고인으로 나온 적까지 있을 정도로 심도 있는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는 이런 엄격한 기준을 반영해 위증을 하면 징역형 등을 통해 처벌하게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다만 실제 처리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