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훈 한국선수단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끄는 정창훈 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몸과 마음 모두 안 다치고 대회를 잘 마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초 경기도수영연맹 회장에 선출된 정 단장은 12일 개막하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가장 많은 82명의 선수로 대표팀을 꾸렸다.
10일 오후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다이빙 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정 단장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먼저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잘 나가지는 않았지만' 경영 선수 출신의 수영인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지구촌 최대의 수영 축제가 열리고, 한국선수단까지 이끌게 된 데 대한 소감이다.
정 단장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회를 개최하는 광주에 "수영인으로서 죄송하면서도 고맙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 주 경기장으로 쓰일 남부대 수영장을 예로 든 그는 "우리나라 수영장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관중석이 1만여석이나 되는 이런 경기장은 처음"이라면서 "대회가 끝나면 일부 철거가 된다고 해 아쉽지만, 광주가 한국 수영의 메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수구와 오픈워터 수영 종목에서도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정 단장은 특히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수구 대표팀을 '아픈 손가락'에 비유했다.
수구는 올림픽에서도 1900년 제2회 파리 대회부터 남자부 경기를 치르고, 여자부 경기도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전통 있는 종목이다.
정 단장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수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이번 여자팀 선수들은 52일간의 국가대표를 끝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학생 2명, 고등학생 9명, 대학생 1명, 일반부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첫 여자수구 대표팀은 오는 14일 세계적 강호 헝가리와 역사적인 첫 공식경기를 치른다.
정 단장은 "우리나라 국기(國技)가 태권도이듯이 헝가리는 수구가 국기다"라면서 "굉장히 큰 골 차가 날 수 있다. 헝가리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0-100으로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걱정했다.
그러고는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많이 다독여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은 40여일 준비하고 연습경기 몇 차례 치른 채 세계대회를 뛴다"며 세계무대에 첫선을 보일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에 응원을 부탁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여자수구 대표팀이 올겨울에라도 다시 모여 훈련하기로 한다면 사재를 들여서라도 지원할 생각이다"라고도 했다.
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줘야 할 대한수영연맹은 그동안 제구실을 못 했다.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 비리 행위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뒤 2년여 동안 수장 없이 표류하다가 지난해 5월에 가서야 새 회장을 뽑고 정상화의 발판을 놓았다.
경기도연맹도 마찬가지였다. 2년 가까이 경기도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가 올초 정 단장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정 단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묵묵히 훈련해온 선수들에게 수영 선배로서 너무나도 미안하다"고 했다.
정 단장은 "물론 메달을 기대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몸도 마음도 안 다치는 것이다. 메달리스트도 좋지만 건강한 수영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거나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선수에게는 대한수영연맹에서 규정한 포상 외에 많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