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정치 초년생'으로 규정한 홍준표 전 대표의 발언에 응수하지 않았다. 최근 홍 전 대표의 당내 개입 발언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단 '무시'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전 대표가 당의 친박화, 계파 갈등을 비판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당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을 영입해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견고한 당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그 길에 힘을 합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칫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읽힐 수 있는 답변이다. '홍준표가 당신을 비판했다'는 질문에 "힘을 합치자"고 답한 격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홍 전 대표의 도발에 응전했다가, 설전을 벌이는 것에 비해 "통합하자"는 원칙론을 펴며 대꾸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대상 특강에서 황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황 대표는 정치 초년생이고, 나는 24년을 정치한 사람"이라며 "황 대표가 잘 하고 있다, 못 하고 있다, 갑론을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황 대표와 자신의 정치 '급수(級數)' 달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인 셈이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한국당의 친박계가 우리공화당 창당으로 분화한 것을 놓고도 "친박 1중대(한국당), 2중대(공화당)로 가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재임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킨 장본인이다.
홍 전 대표는 최근 강연 등을 통해 공개 발언의 횟수를 부쩍 늘리고 있다. 한때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다가, 황 대표의 독주 구도가 굳어지자 '불출마' 선언한 뒤 잠행해왔다. 황 대표의 인기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재기(再起)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점은 당내 기류가 반대 입장에 서면 비판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홍 전 대표는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