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우리 정부 외교라인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생산라인에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체 공급라인이 확보될 수 있지만, 러시아산 제품을 국내 기업들이 사용한 적이 없고, 품질과 물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반도체 공장의 장비 배치, 공정 순서, 사용 약품 등 공정 과정에 담은 각 기업의 노하우인 '레시피'에 러시아산 소재를 쓸 수 있는지 물음표가 달린 것이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자신들의 불화수소가 경쟁력 면에서 일본산과 동등하거나 우위에 있다며 공급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제품을 국내에서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대체가 가능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레시피가 없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 맞추는 데도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 공정과 클리닝 작업 등에 쓰인다. 수백여 단계의 반도체 공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필수 소재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쨌거나 정부가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수입선 다변화를 제시한 점에서 일본 정부와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