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한 종합격투기 명문팀 지도자들이 소속팀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가하고, 파이트머니를 수 차례 미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속팀 선수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도자들이 지지하는 특정 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강요했다고 한다. 선수 11명 중 10명은 지도자들의 부당행위를 견디다 못해 올초 팀을 집단 탈퇴했다.
체육관에서 훈련 중 A감독에게 몽둥이로 20여 대를 맞은 이 선수는 폭행당한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사진=제보자 영상 캡처
A감독의 폭행이 시작된 건 작년 여름부터라고 한다. 제보자 B씨는 CBS노컷뉴스에 "선수들이 '선수부 월회비를 기존 25만원에서 20만원으로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말했다.
A감독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는 총 3명. 이중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유망주였던 한 선수는 작년 여름 폭행사건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B씨는 "A감독이 이 선수에게 어떤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번을 물었는데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체육관에서 몽둥이로 20여 대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며 "당시 체육관에는 다른 선수와 일반회원들도 있었다. 그 후 이 선수는 우울감과 수치심을 호소했고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 즈음 또 다른 선수는 훈련 중 동료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A감독으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한다.
A감독(좌)과 C관장(우)이 소속팀 그룹채팅방에서 선수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두 지도자는 훈련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선수들에게 폭언과 욕설이 담긴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들은 또 이 체육관 지도자들인 A감독과 C대표(관장)가 그들이 주최한 대회에서 선수들이 시합을 뛸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대회 티켓을 강매하고, 상습적으로 파이트머니를 미지급했다고 주장했다.
C관장이 자신이 주최한 대회 티켓을 선수들에게 강매하는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B씨는 "두 지도자가 작년 11월 종합격투기 대회를 주최했다. 알고 보니 대회 출전선수 가운데 저희팀 선수 3명만 파이트머니를 지급받지 못했다. 이중 2명은 여전히 미지급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이들의 파이트머니는 1인당 30만원이다. 이 돈을 떼어먹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파이트머니 지급을 요구하자 '법적으로 해결하자'며 되레 으름장을 놓고 있다. 파이트머니 미지급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며 "두 지도자가 주최한 또 다른 대회에서는 한 장에 6~7만원 하는 티켓을 강매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들이 운동 외적인 일에 동원되기도 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두 지도자의 강요로 특정 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서야 했다.
B씨는 "주로 SNS 홍보활동을 했고, 한 선수는 시합을 앞두고 직접 거리유세에 참여했다. 투표 후에는 누구를 찍었는지 두 지도자에게 인증해야 했다"고 말했다.
A감독과 C관장은 선수들에게 용인시주짓수협장의 경기도위원 출마를 위한 입당원서 가입을 강요하고, 용인시주짓수협회 창립을 위해 선수들에게 용인으로 전입 신고를 강요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두 지도자는 용인시주짓수협회를 창립한다며 선수들에게 용인으로 전입 신고를 강요하고, 경기도위원에 출마하는 용인시주짓수협회장을 위해 당원 가입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A감독과 C대표(관장)은 용인시주짓수협회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팀을 탈퇴한 선수 10명 중 9명은 현재 다른 체육관으로 옮겨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C대표(관장)는 CBS노컷뉴스에 "소속팀 선수들에게 파이트머니를 미지급한 적 없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도 강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동의를 얻은 후 참여하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감독은 "15년간 격투기팀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종목 특성 상 수시로 스파링을 한다. 선수들을 때렸다고 하면 때린 것이고, 안 때렸다고 하면 안 때린 것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