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은 12일 "일본의 전략물자 1194개를 자세히 살펴보니까 우리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손 한 줌이다"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김 차장은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는 품목들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우리는 지금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의 부품, 소재를 더 가져다 쓴다"며 "지난해도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가 약 280억 달러였는데 그 중 70%가 부품, 소재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차장은 "기술이 국가 발전의 기본 원리"라며 "우리가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야하고,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줘서 M&A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일본이 규제한 반도체 분야 화학제품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외국 회사들을 인수한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정부가 R&D 분야에 20조원을 들여 5만 3천 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성공률이 90%에 육박한다며 잠재력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OECD국가들의 (R&D) 성공률은 20%밖에 안된다. 쉽게 말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차장은 4차산업혁명 분야 유수의 기술자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팅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여기에 김 차장은 안보 분야에서도 부품·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방예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우리가 정찰용 인공위성 등을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2020년도에는 국방예산이 7.6% 증액될 것 같은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차장은 일본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반도체 D램을 꼽았다. 김 차장은 "미국이나 중국의 경쟁사들은 20~30 나노를 생산하는데 우리는 곧 7나노로 간다"며 "D램 공급이 만약 2개월 정지가 된다면 전 세계 2억 3천만 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은 대응 조치라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기회에 일본보다 부품·소재, 4차 산업혁명 기술 면에서 일본보다 앞장서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차장은 지난달 미국을 찾았을 때, 중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반대급부를 요구할 텐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나"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미국을 찾아 객관적 차원의 설명을 했을 뿐이며, 미국의 아시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한미일 공조인지 일본의 재무장인지 알아보러 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차장은 구체적인 미국측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만약에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관여를 할 거고, 무장한 일본을 중심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과 외교 정책을 하겠다고 하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으로 미국에 갔기에 중재라는 말을 안했고, 미국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당시 한일 FTA가 '제2의 한일 경제병합'이 될 것 같아 이를 깼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당시에는 부품·소재 및 핵심장비분야에서 일본과 기술적인 격차가 컸고, 일본 특유의 비관세장벽 등을 고려해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고 안 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하다고 말씀 드렸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경쟁력도 많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좀 멀다"며 "그 이후 지난 10년동안 부품·소재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력은 약 16% 향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