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12일(한국 시각) 시즌 12승째를 달성한 '괴물' 류현진(32·LA 다저스).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홈 경기에서 7이닝 4탈삼진 5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9 대 3 승리를 이끌었다.
한미 통산 150승이라는 값진 선물도 얻었다. KBO 리그에서 98승(52패 1세이브)을 거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에서 52승째(30패 1세이브)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서 KBO 리그에 데뷔해 돌풍을 일으켰다. 18승(6패) 평균자책점(ERA) 2.23 204탈삼진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다만 류현진은 이듬해 17승(7패), 2008년 14승7패, 2009년 13승12패로 살짝 하향세를 보였다. ERA도 2008년, 2009년 연속 3점대였다. 2007년 이후 약체로 떨어진 팀 상황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까지 치르는 등 부담감이 컸던 류현진이다.
그러다 류현진은 2010년 다시 한번 괴물 시즌을 치른다. 25경기 등판해 16승4패 ERA 1.82, 187탈삼진을 기록했다. 아쉽게 다승은 2위였지만 ERA와 탈삼진 타이틀을 획득하며 2006년 이후 두 번째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1점대 ERA는 KBO 리그에서 21세기 류현진이 유일했다. 선발과 불펜 등 역할 분담이 확실해진 시대에서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었다. 류현진도 국내 7시즌 동안 1번뿐이었다. KBO 리그는 그나마 공인구 반발계수를 낮춘 올 시즌 조시 린드블럼(두산)이 1.95로 류현진 이후 두 번째 21세기 1점대 ERA에 도전한다.
프로야구 한화에서 뛰던 시절 류현진의 모습.(사진=노컷뉴스DB)
그런 류현진은 올 시즌 MLB에서 오히려 KBO 리그 때보다 낮은 ERA를 기록 중이다. 이날 호투로 류현진은 ERA를 1.53에서 1.45까지 낮췄다. 남은 시즌 최대 10경기 정도 등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6이닝 2자책 정도면 류현진은 1점대 ERA로 시즌을 마친다.
지난 6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홈 구장 쿠어스 필드에서 4이닝 7실점한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이미 류현진은 지난 1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건재를 입증했다. 게다가 잔여 시즌 중 콜로라도와는 홈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흔히 KBO 리그는 MLB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야구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어12 우승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뤘지만 KBO 리그가 역시 세계 최고 선수들이 총집결한 MLB와 비교하는 아직 이르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이 MLB에서 기록 중인 ERA가 KBO 리그에서 세운 자신의 최저 기록보다 낮다는 점은 놀랍다. 2010년 당시 류현진은 시속 150km 안팎의 강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질렀지만 MLB의 류현진은 기존 명품 체인지업과 미국 진출 뒤 새롭게 갈고 닦은 슬라이더, 커브와 컷 패스트볼 등을 자유자재로 존에 찔러넣고 있다.
KBO 리그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0년 당시 류현진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는 9.2에 이르렀다. 2006년 당시 7.8보다 좋았다. 올해 류현진의 WAR는 5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투수의 덕목인 ERA는 더 좋다. 2010년 당시 괴물처럼 리그를 압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류현진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