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위험 수위의 대남 비방전을 재개해 우려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정작 대내매체에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지난 11일 오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에서 막말과 다름없는 언사로 남측 당국을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이번 담화는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측은 또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해 쩔쩔매여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됐다거나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조롱했고, "바보"나 "겁먹은 개" 등의 거친 표현도 동원됐다.
하지만 대내용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은 하루가 지난 12일 현재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주요 사안의 경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대내외에 알려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북한이 대남 비방 수위를 끌어올리면서도 향후 관계개선의 여지는 남겨놓은 것으로 일단 풀이된다.
북한 내부 논리상 청와대까지 거론하며 막말 공격을 가했다가 이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은 후퇴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내용과 내외용 메시지를 구분하며 속도조절을 하는 셈이다.
북측이 성명보다 한 급 아래인 담화 형식을 취했고, 그것도 대남 담당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닌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를 택한 것도 나름대로의 수위조절로 보인다.
따라서 북측의 거친 언사는 역설적으로 남측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CBS에 출연해 "지금 북한은 다급하면서도 해법이 없다"며 "그걸 중간에서 누군가가 조정해 줘야 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란 걸 그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북한은) '돌려차기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통미봉남' 전술을 다시 꺼내들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선미후남'(先美後南) 정도로 의미를 낮췄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결국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비슷한 인식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