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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 우려…단기적으로 '내 집 마련'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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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 우려…단기적으로 '내 집 마련' 기회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한동안 실거주 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시장 재편될 듯
    '아파트 공급 부족' 논란 이어지고 경기 부양 성공하면 집값 다시 들썩일 수도
    "실수요자 내 집 마련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보완책 수반해야" 지적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정부의 보완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정부가 기준 주택 가격을 좌지우지하던 분양가를 직접 잡겠다고 나서자, 새로운 아파트 분양 물량은 물론 기존 집값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에게는 단기적으로 분양 물량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 (사진=김명지 기자)

     

    이날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국토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상한제 확대 이후 분양가 시세를 전망하면서 "시뮬레이션 결과 현 시세 대비 70~8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되면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할 기회가 확대되고, 주변 집값도 안정되면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수요에 크게 움직이면서 주택 가격을 이끄는 선봉 역할을 맡는 재건축·재개발 가격이 급락한다면 실수요 중심의 일반 아파트 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도 서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면 서울 주택매매가격이 연간 1.1%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령을 시행하는 등 예상보다는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안정화되고, 서울 아파트의 오름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분양계약 후 최장 10년간의 전매제한 강화 및 의무거주기간 도입 조치로 '묻지마 청약'보다 무주택,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민간택지를 대상으로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칫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 재개발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서울의 특성상 분양가 상한제로 초과이익이 줄어들고, 전매제한기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서울 지역에 '공급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문위원은 "시장참여자들이 분양가상한제를 '공급 부족 신호'로 강하게 받아들인다면 불안 심리를 자극받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결국 '프레임'의 문제다. '재건축 타격', '분양 대박', '공급 부족', 어느 쪽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시장의 영향이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숭실대 홍춘욱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는 실수요자와 달리 경기 변동에 민감한 시세 중심의 '모멘텀 투자자'는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주택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경제시장이 흔들리고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 규제가 나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는 분위기를 부를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부르는 정책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돌아오면 언제든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정책을 내세우거나, 대일관계 등 해외 변수가 개선된다면 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 때 또 다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최승섭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실수요자는 원하는 가격으로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이들이 전세시장에 머무르는 동안 전세값이 오르거나 월세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전월세 인상율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서민 주거 안정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 자체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형 건축비가 실제 투입되는 금액에 맞아 떨어져야 하고, 토지 감정가도 제대로 된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며 "분양가가 적정한 수준인가 내실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일부 지역만 선정하는 '핀셋규제' 방식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고, 시장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전면적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투기과열지구에 몰린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적극 풀어내자는 제안도 나온다.

    홍 교수는 "서울 쏠림 수요를 3기 신도시의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일산, 인천으로 돌리도록 광역도시철도를 건설하자"며 "규제 일변도로 나서기보다는 서울, 경기의 무주택자에게 공급을 대거 늘리겠다는 신뢰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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