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홍걸(김대중 전 대통령 3남,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다음 주면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입니다. 매년 돌아오는 날입니다마는 올해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게 지금의 한일 관계 때문이죠.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방긋했던 한일 관계에 왜 이렇게 먹구름이 끼게 됐는지 이분과 함께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최근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 정치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 맡고 계세요. 김홍걸 의장, 어서 오십시오.
◆ 김홍걸> 안녕하세요. 김홍걸입니다.
◇ 김현정> 역대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절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 경색 국면을 보면서 10주기를 맞는 유족들 심경은 또 남다를 거 같아요.
◆ 김홍걸> 그렇습니다. 그 당시가 최고였다면 지금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당시에 그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한편으로는 저희 아버님께서 꾸준히 일본 정계와 교류를 하면서 그들의 신뢰를 얻고 일본 측의 공산당부터 시작해서 자민당 보수파까지 다들 저희 아버님에 대해서는 정책이나 이념은 좀 다를지 몰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 존경할 만한 정치인. 이런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부분도 있고 당시에는 그래도 일본의 오부치 정권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한일 관계를 풀려고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 김현정> 얘기가 되는 정권이었죠, 그 정권은?
◆ 김홍걸> 그렇죠. 그런데 그 후에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의 일본 정치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지금 아베 정권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그것도 독주하는 그런 정치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해진 거죠.
◇ 김현정> 그럼 일단 결정적으로 틀어진 이유는 아베 총리에서 찾으십니까, 아베란 인물에서?
◆ 김홍걸> 그렇죠. 이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옛날의 자민당은 그 안에 빅텐트라고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진보 세력도 있고 보수 세력도 있고 여러 세력이 섞여있으면서 파벌끼리 나쁜 뜻으로 보면 나눠먹기라고 할 수 있지만 권력을 분점하면서 각 파벌의 입장을 좀 인정해 주는 집단 지도 체제였는데 이제는 아베 총리 측근 그룹이 그냥 독단적으로 정치를 하는 그런 시대가 됐고 그 사람들이 다 극우 성향인 게 문제인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사실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여러분 모토가 이거였어요. 과거는 기억하되 미래로 가자. 그러니까 과거 없이 미래로 가자가 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의 사죄를 하고. 이게 깔려 있었잖아요. 통절한 반성과 마음의 사죄를 하고 화해와 선린 우호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노력한다. 이거였거든요. 통절한 반성과 사죄는 왜 잊어버린 겁니까?
◆ 김홍걸> 일본 사람들은 이제 그 부분은 빼놓고 과거의 사과 그렇게 문서로까지 오부치 선언 때 했는데 뭘 자꾸 사과하라고 그러느냐.
◇ 김현정> 그때 했으면 됐지 않느냐.
◆ 김홍걸> 과거에 왜 자꾸 연연하느냐 하는데 그 당시에 일본의 관방장관이 오부치 선언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는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후로 일본의 지도층에서 약속을 어겨놓고. 그러니까 사과를 했는데 그걸 뒤집고 다른 소리 하면 사과한 게 무효가 되는 거 아닙니까? 다시 말해서 과거사는 따질 건 따지되 미래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같이한다는 것인데 이걸 과거사 부분은 쏙 뺀 거죠. 그리고 제가 일본 정치인들에게 한 얘기가 있습니다.
◇ 김현정> 뭡니까?
◆ 김홍걸> 당신들은 북한과 얘기할 때는 수십 년 전에 실종된 사람도 북한에서 납치했다고 과거 얘기를 자꾸 들추면서 과거사를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그러는데 왜 한국하고 얘기할 때는 180도 바뀌어서 과거는 잊고 미래로만 가자고 하느냐.
◇ 김현정> 그러네요.
◆ 김홍걸> 이중적이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최근 일본 다녀오셨다고요.
◆ 김홍걸> 네.
◇ 김현정>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 김홍걸> 한 일주일쯤 됐습니다.
◇ 김현정> 일주일쯤. 어떤 분들 만나고 오셨습니까? 분위기를 좀 생생하게 듣고 오셨겠네요.
◆ 김홍걸> 거기에서 한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 전문가, 재일 교포 그리고 일본 자민당의 중진 정치인 한 분을 뵀는데.
◇ 김현정> 아베의 자민당?
◆ 김홍걸> 네.
◇ 김현정> 현재 중진인 분을 만났어요?
◆ 김홍걸> 네, 그렇죠. 그런데 아베 총리와는 좀 파벌이 다릅니다. 과거에 좀 부딪힌 적도 있고 그런데 이분이 성향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편인데, 상대적으로. 요즘 분위기가 워낙 안 좋으니까 이제 이 만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는 밝히지 말아달라고 그래서.
◇ 김현정> 그러면 실명은 말씀 안 하셔도 좋습니다. 대신 그분을 통해서 지금 생생하게 듣고 오신 이야기를 좀 전해 주세요, 좀 구체적으로.
◆ 김홍걸> 뭐 그분이 사실 말씀은 많이는 못 하셨어요. 지금 분위기가 민감하기 때문에 자민당 중진의 입장으로서 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겠죠. 그런데 한 두 마디 정도는 아베 총리에 대해서 불만을 좀 드러낸 부분이 있는데.
◇ 김현정> 뭐라고 하던가요, 중진이?
◆ 김홍걸>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아베 측이 독주하는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았고.
◇ 김현정> 아베 총리가 측근만 데리고 독주하고 있다.
◆ 김홍걸> 그런 부분에서 불만이 있었고요.
◇ 김현정> 그 얘기는 다른 사람 얘기는 잘 안 듣는다는 얘기예요, 당 안에서도?
◆ 김홍걸> 그렇죠. 그러고 다른 부분은 재벌에게만 혜택를 주는 경제. 서민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그런 경제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는 부분. 또 한국 같은 주변국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 김현정> 러시아랑도 그렇고.
◆ 김홍걸>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를 했죠. 이제 저희 아버님께서 일본 측과 과거에 활발하게 교류를 하셨는데 그 당시에 자민당 정치인들은 다른 건 몰라도 보수 정치인답게 말과 행동에 품위와 절제가 있었는데 요즘은 총리를 비롯한 고위급들이 남의 나라 국가 원수나 국민들에 대해서 함부로 막말을 해대고 일부러 자극해대고 이러는데 이거는 과거 일본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일본 정치가 어쩌다가 이렇게 격이 떨어졌느냐.
◇ 김현정> 그랬더니 뭐라고 그러세요?
◆ 김홍걸> 그분도 뭐 인정을 하는 거 같더라고요. 좀 안타까워하는 표정이고.
◇ 김현정> 자민당 안에서도 아베에 대한 불만이 있되 말을 못 하는 상황.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까?
◆ 김홍걸>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결국 정리를 좀 하자면 아베 총리에서부터 문제가 시작이 됐다는 건데 그런데 아베는 지금 지지율을 보나 뭘로 보나 너무 건재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현재 한일 갈등이 길어질 경우 아베 정부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요?
◆ 김홍걸> 제가 보기에는 뭐 어느 나라 정치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일단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 내부의 문제점. 일본은 노후 연금 문제라든가 소비세 인상이라든가 아베 총리에게 좀 악재들이 있는데 그걸 덮기 위해서도 지금 외부의 적을 만들어야 되는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외부의 적을 만들어서 갈등을 부추기는 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그것을 과다하게 이용한다든가 갈등만 부추기고 어떤 성과를 못 내면 점점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면서 뭐하려고 이걸 시작했느냐.
◇ 김현정> 그런 소리가 지금 나온다는 얘기도 들려요.
◆ 김홍걸> 점점 그렇게 될 수 있죠.
◇ 김현정> 그거를 아베 총리도 알고 있겠죠?
◆ 김홍걸> 그런데 지금 좀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또 어떤 정치가든 간에 견제하는 세력이 없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견제하는 세력이 없는 거잖아요, 일본은.
◆ 김홍걸> 그런 상황이죠. 언론도 그렇고.
◇ 김현정> 그게 우리가 염려되는 지점인 건데. 알겠습니다. 일단 문제의 시작은, 우리가 짐작했던 대로 아베 총리고 자민당 안에서도 이 독주에 대한 부글부글 견제의 소리는 있지만 차마 내지를 못하고 있다.
◆ 김홍걸> 그렇죠. 지금 현재 분위기가 극우 세력이 압도하는 분위기기 때문에 일본 정치가 이랬던 적이 2차 대전 이후로 한 번도 없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지금 이 상황을 하늘에 계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요?
◆ 김홍걸> 참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안타까워하실 거 같습니다. 평생 한반도 평화와 또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과 공동 번영이 그분의 평생 목표였는데 그 노력이 흔들리는 그런 상황이 됐으니까요.
◇ 김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북한을 봐도 좀 그래요. 뭐 트럼프와 김정은이 손잡고 국경 넘고 이런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단거리 발사체를 하루가 멀다하고 쏘고 막말을 쏟아내고. 이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 김홍걸> 저희가 이제는 좀 일본을 상대로도 그렇지만 북한을 상대로도 과거의 그런 벼랑 끝 외교로는 안 된다. 또 말로만 우리 민족끼리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남북이 협력해서 트럼프 정권을 설득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그런 방법을 같이 모색해야 한다. 또 이번 트럼프 정권이 내년부터는 대선 때문에 정신이 없고 내년 대선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거 잘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 같고요. 또 미국을 상대로는 김정은 정권이 저러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해서 ICBM 같은 거라도 쏘는 날에는 트럼프 정권이 자랑하던 업적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고 대선에 악재가 되니까 당신들도 어떤 절충안을 내놓고 서둘러서 협상해라. 양쪽에 좀 그렇게 단호한 입장으로 우리가 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우리한테 빨리 좀 중재에 나서달라는 이런 신호로.
◆ 김홍걸> 그렇게 볼 수도 있죠.
◇ 김현정> 그렇게 읽을 수도 있는 거죠.
◆ 김홍걸> 그런데 문제는 북쪽 사람들은 이렇게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좋은 말로 하지를 않고 협박 비슷하게 하거든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그렇게 하면 우리 정부 내에 대북 온건파들, 비둘기파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매파가 강해지는 건데.
◆ 김홍걸> 과거에 통전부 부부장 했다는 분이 우리 측 인사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 김현정> 뭡니까?
◆ 김홍걸> 자기네들은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 알지 후진할 줄은 모른다. 그러니까 그 부분은 당신네들이 이해를 해라. 우리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들죠.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자꾸 매파가 득세하게 되면 대북 강경책이 더 나가게 되고 남북 관계 더 어려워지게 되는 건데 자꾸 그 부분이 안타깝단 말입니다, 바라보고 있자면. 일본, 북한 양쪽을 다 잘 아시는 분이니까 제가 이 질문 한번 드려볼게요.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남북 평화 경제를 통해 극일하자. 이런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러자 아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게 무슨 해법이냐? 너무 추상적인 해법 아니냐. 이런 비판도 좀 있었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홍걸> 저는 뭐 원론적으로는 아주 옳은 말씀이고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넘어야 할 산이 좀 있는 거죠.
◇ 김현정> 어떤 겁니까?
◆ 김홍걸> 일단 우리가 UN 제제 문제가 있고 또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되고 해야만 남북 경협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을 과감하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북한 측에 좀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러니까 우리를 믿고 같이 가자 할 수 있어야 되고 또 일본은 그 부분을 굉장히 경계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제가 일본 갔을 때도 일본 학자가 남북이 힘을 합쳐서 일본을 견제하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그런 식으로 얘기한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 지금도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턱밑까지 따라잡으니까 그것을 견제하려는 뜻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저는 보거든요.
◇ 김현정> 그것도 한 이유라고 많이들 얘기하죠.
◆ 김홍걸> 하나의 이유다. 그런데 이런 식의 얘기가 또 나가면 더더욱이 일본이 우리를 경계하게 될 것이고 우리보다 대미 로비력이 훨씬 강한 일본이 남북 사이에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
◇ 김현정> 방해할 수 있다.
◆ 김홍걸> 훼방을 놓으려고 들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동북아에 신경제 시대가 열릴 수 있는데 너희들도 같이 참여해서 같이 번영을 이루어야 되지 않느냐. 너희만 외톨이로 남을 것이냐 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 김현정> 방향은 맞지만 이게 일본으로 하여금 더 통일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 가면서 가야 된다는 얘기군요.
◆ 김홍걸> 그렇죠. 거기서 외교력의 중요성이 나오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일본 이야기, 북한 이야기 두루 한반도 정세,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함께 좀 짚어봤습니다. 마침 다음 주가 DJ 10주기기도 해서요.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김홍걸>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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