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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류준열, 청명한 눈을 가진 이장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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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오동 전투' 류준열, 청명한 눈을 가진 이장하가 되다

    [노컷 인터뷰] '봉오동 전투' 이장하 역 류준열 ①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봉오동 전투' 이장하 역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 영화 '봉오동 전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감독의 전작을 한 사람의 관객으로 재미있게 봤고,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걸 확인했다. 결정에 뜸 들일 필요가 없었고, 가장 빨리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의 류준열 이야기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작품에서, 류준열은 발이 빠르고 총도 잘 쏘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를 준비하면서 몸무게를 5㎏이나 줄였다. 당시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마음 편히 잠들 수 없었던 독립군들의 시대적 상황을 좀 더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는데, 촬영하면서는 살이 더 빠졌다.

    개봉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장하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맑고 밝다는 뜻의 '청명', 눈빛에서부터 그 청명함을 잃지 않는 이장하가 가장 이장하답게 나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 류준열 마음에 들어왔던 시나리오 속 지문

    이장하는 말수가 적다.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감정 표현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개인보다는, '뺏긴 조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대의가 인생의 전부인 인물이다.

    군인 역할, 그것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독립군 배역은 어느 정도 부담감을 동반했다. 이번에 역할을 준비하면서 대학 때 연기 공부하던 노트를 꺼내 봤다는 류준열은, '잘 서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갔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배우는 잘 서 있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 있는 것조차 못하는 배우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실제로 처음에 저는 잘 걷지도 못했다. 장하라는 인물은 정규군이지 않나. 앞만 보고 걷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데 산이다 보니 헛발질도 많이 하게 되더라. 점점 익숙해지긴 했지만 제대로 서 있는 법, 걷는 법을 오래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류준열이 맡은 이장하는 말수가 적은 명사수이자 독립군 분대장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사진=㈜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처스 제공)

     

    류준열은 첫 등장 장면에 쓰인 지문에서부터 이장하에게 매료됐다. '청명하다'라는 지문이 "되게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등장해서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야 할지를 원 감독과 많이 이야기 나눴다고.

    총을 쏠 때도 한쪽 눈을 감지 않았다. 두 눈을 다 뜨고 했다. 류준열은 "'청명한 눈이다'라는 걸 표현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군 모든 분한테 청명하다는 말이 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눈이 다 살아있다. 그래서 후반부에서도 계속해서 눈을 많이 보여주신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언제 적들의 습격을 받을지 몰라 마음 푹 놓고 잠들 수 없었고, 끼니를 해결하는 수준으로만 밥을 먹는 독립군들의 상황을 생각하며 살을 5㎏ 감량하기도 했다. 류준열은 "못 드시고 잠도 못 주무시고 독립운동하고 전투를 하셨으니, (저도) 살이 좀 빠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밝혔다.

    ◇ 만나기 힘들어 더 감사했던 캐릭터

    류준열은 이장하를 처음 보고 대사가 많이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작 '독전'의 서영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니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로 가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서영락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투명한 사람이에요. 이장하는 목표가 굉장히 뚜렷하고 앞만 보고 가고요. 거기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장하란 인물은 개인의 감정보다는 시대나 나라가 원하는 그런 감정을 표현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고민됐던 지점이 있어요.

    현대인들은 자기감정을 스스로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찾아가면서 힐링하죠. 에세이도 많이 읽고 스스로가 누구인지 물으며 자기감정에 집중한다면, 그 시대(일제강점기) 인물은 개인보다는 시대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봐요. 이장하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고요. 누이의 죽음에서도 장하는 울지 않거든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지만. 아무튼 그런 지점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자기감정을 사치라고 생각해서 줄이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임무에 모든 걸 쏟아붓는 게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젊은 독립군'. 쉽게 만나기 힘든 역할 같다고 하자, 류준열은 "정말 그렇다. 애정이 확 느껴지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 (사진=㈜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처스 제공)

     

    그러면서도 "처음 역할 제안받았을 때 '와! 이거…'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이런 역할을 저한테 주신 게 되게 감사한 일이더라. 누구에게나 쉽게 제안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라서 신경 쓸 부분은 좀 더 있었으나, 류준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이장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류준열은 "저는 배역을 준비하면서 저 자신의 모습을 삭 지우고 캐릭터를 입는다기보다는 이장하에 공감하는 지점을 크게 부풀려서 캐릭터를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라를 잃으면 목숨 바쳐 나라를 되찾으려고 할까, 하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면서도 "감독님이 얘기해 주신 것 중 하나가, 장하한테 누이는 엄마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거였다. 누이를 잃는 건 엄마를 잃은 거고, 엄마를 잃은 마음이 나라를 잃은 마음이 아닐까 상상했다"라고 부연했다.

    ◇ 촬영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일제 강점기 당시 지략과 단합을 바탕으로 일본 정규군들을 대상으로 거둔 독립군들의 승리를 다룬 '봉오동 전투'. 거기에 잔뜩 경색된 한일관계 때문에, 개봉 전부터 시기를 잘 탄 '국뽕'(애국심을 과도하게 고취시키는 것을 이르는 말) 영화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바 있다.

    캐릭터의 감정 과잉을 막기 위해 어떻게 톤을 조절했냐는 질문에 류준열은 "그것에 대해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조)우진 선배, (유)해진 선배 연기 보면서 제 밸런스를 찾아야 했다. 분명히 구별되면서도 같은 지점이 있어야 해서 감독님이랑 상의 많이 했는데 계속 (감독님께) 설득당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무리 속에서 혼자 도드라지게 튀어 보이는 것을, 류준열을 가장 경계했다. 관객이었을 때 그런 장면을 보고 불편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이장하가 다리를 잃는 설정을 두고도 고민이 깊었다.

    류준열과 유해진이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는 모습 (사진=㈜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처스 제공)

     

    "그 부분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리 자르기 전날까지도요. 한쪽 눈을 잃는 가정도 있었고 혹은 죽을 수도 있었어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어쨌든 이장하라는 인물은 '희생'이라는 카테고리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에요. 만약 죽었다면 죽음, 상처, 슬픔의 캐릭터가 됐을 텐데 다리를 다침으로써 '희생의 아이콘'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에도 포함되는 것 같고요. 이 (당시의) 시대의 리더라면 희생이라는 부분을 표현하고 있잖아요. (감정이) 과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누른 지점이 많이 있죠."

    사극, 시대극이라서 더 힘든 것은 특별히 없었다. 류준열이 가장 힘들었던 건 태닝이었다. 그는 "얼굴을 안 태우면 (화면에서) 너무 하얗게 나오더라. 이빨도 누가 봐도 노랗게 하기 위해서 (배우들끼리) 서로 이를 검사해줬다"라며 웃었다.

    촬영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역시 '얼굴 이제 그만 태워도 되는구나' 하는 거였다. 류준열은 "워낙 까맣게 하고 돌아다녀서 주변 분들이 워낙 놀라셨다"라고 덧붙였다.

    "촬영 중간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계속 연결되는 거 같은데, 동굴 장면이나 독립군 막사 같은 데 들어갈 때 갑자기 드는 생각이 '와, 이분들이 이런 데서 전쟁을 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립군 전쟁 영화라고 해도 전투에 집중해서 그들이 어떻게 밥 먹고 어떻게 잠자는지 상상도 못 하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그런 공간에서 확 느껴졌어요. 이분들도 한 인간으로서 맛있는 것 먹고 싶고, 편히 자고 싶지 않았을까요. 저희는 촬영 끝나면 숙소 가거나 따뜻한 집에 갈 수 있지만 전쟁 중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다 올 수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숙연해지기도 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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