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형석 프로그래머, 최은영 프로그래머, 문성근 이사장, 방은진 집행위원장, 장우진 감독, 김대환 감독 (사진=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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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발을 내디딘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오늘(16일) 개막한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PyeongChang International Peace Film Festival, PIPFF)는 한반도를 감격과 열광으로 들뜨게 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추인한 평화에 대한 열망을 이어받아,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를 선보이는 테마 영화제다.
"선을 넘어 하나로, 힘을 모아 평화로"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분단의 과거를 뒤로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자는 염원 아래 개최된다.
16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는 총 33개국에서 온 85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장편은 51편, 단편은 34편이다. '평화·공존·번영'이라는 주제에 맞는 영화들을 엄선했다는 후문이다.
개막작은 북한 림창범 감독의 '새'다. 6·25 전쟁 때 헤어져 남과 북에서 조류학자로 활동하던 부자(父子)가 조류 연구를 위해 날려 보낸 새를 통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이 제작비 1억 원을 투자하고 북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해 만든 작품이다.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통일영화로 분류됨에도, 드물게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는 영화인 '새'는 갈라진 남과 북을 의미하는 두 부자의 애절한 상봉 스토리를 중심으로 분단과 이산을 휴머니즘적으로 접근한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한국 경쟁', '스펙트럼', '평양시네마', 'POV: 지상의 난민', '기획전: 분단 장르 영화에 대한 성찰', '여름 영화 산책', '강원도의 힘' 등 다양한 섹션을 마련했다.
우선, '한국 경쟁' 부문은 '평화'라는 테마를 다양하게 변주한 580여 편의 출품작 중 19편(장편 2편·단편 17편)을 추렸다. 영화제 측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상력으로 테마를 확장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장르적 파격, 미학적 실험,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북한 림창범 감독의 '새' (사진=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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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감독 최정민), '사회생활'(감독 이시대), '핑크페미'(감독 남아름), '다운'(감독 이우수), '언니가 죽었다'(감독 심민희), '판문점 에어컨'(감독 이태훈), '은서'(감독 박준호), '편안한 밤'(감독 이준용), '늙은 개'(감독 최민호), '고백'(감독 정아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감독 조윤선), '젖꼭지'(감독 김용승), '대리시험'(감독 김나경), '기대주'(감독 김선경), '털보'(감독 강물결), '경계 없는 벽'(감독 네네강), '3교대'(감독 정서윤·이은경), '별들은 속삭인다'(감독 여선화), '오디션'(감독 황지현)이 선정됐다.
한국 경쟁 부문 상영작 중 영화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평화의 메시지와 가장 잘 맞는 뛰어난 작품에 심사위원대상이 주어진다. 트로피와 1천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또한 우수작 2편에게 심사위원상 트로피와 500만 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스펙트럼'은 전쟁·이민·인종·차별 등 갈수록 첨예해지는 사회 이슈에 관해 주목할 만한 최신작을 망라하는 섹션이다.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는 불안정한 토대의 문제에 주목한 30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평양시네마'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섹션이다. 그동안 접했던 북한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북한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로 시작됐다. 북에서 제작된 영화와 다큐멘터리, 남북 합작 장편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POV: 지상의 난민'은 그 해의 주목할 만한 이슈를 선정해 관련 영화를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난민' 문제를 다룬 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또 다른 기획전 '분단 장르 영화에 대한 성찰'도 있다. 남북문제를 다룬 '쉬리'(강제규),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배종), '의형제'(감독 장훈), '공작'(감독 윤종빈) 등 한국 관객들에겐 익숙한 작품이 선정됐다. 특별 상영작은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이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된다. (사진=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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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 산책'은 여름 관객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손에 손잡고'(감독 임권택), '콜드 워'(감독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우리 지금 만나'(감독 김서윤·강이관·부지영), '폴란드로 간 아이들'(감독 추상미), '스윙키즈'(감독 강형철), '크리싱 비욘드'(감독 이승준), '오버 데어'(감독 장민승) 가 상영작으로 꼽혔다.
'강원도의 힘' 또한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섹션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이 '강원도'라는 점을 잊지 않고 최근 1~2년 동안 축적된 '강원도 시네마'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보리'(감독 김진유), '그러려니'(감독 원하라), '여름비'(감독 김다나), '빨간 캐리어'(감독 신주희), '대리'(감독 김상호)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 측은 "현재 가장 첨예한 관심사인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영화를 비롯해 난민·인권·전쟁 등 세계적 이슈를 담은 신작들을 한자리에 모았으며, 한국영화 100주년과 궤를 같이하는 분단 장르 영화 걸작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배우 문성근이 이사장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명예 이사장을, 배우 겸 감독 방은진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각각 영화 잡지 '스크린'과 '키노'에서 기자로 활동한 김형석·최은영 씨가 프로그래머를 담당한다. 영화제 자문위원단 고문은 임권택 감독, 자문위원장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다.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식은 오늘(16일) 오후 7시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배우 조진웅과 최희서가 진행하며, 하림, 이향, 양길호의 개막 공연이 준비돼 있다. 오후 8시 15분부터는 개막작 '새'를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