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번째 전세계적 제조업 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과 유럽의 부진 정도가 특히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계장비 등 자본재 생산비중이 높은 이들 지역이 세계교역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조사국 국제경제부 원지환 과장 등 연구팀이 게재한 '최근 글로벌 제조업 생산 부진 현황과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의 세계 제조업 생산 둔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번째 수축국면에 해당한다.
유럽 재정위기 영향에 따른 2012년의 수축, 중국경기의 둔화 우려에 따른 2015년 수축국면에 뒤이은 경기 부진이다.
연구팀은 지난 5월 글로벌 제조업 생산증가율(3개월 이동평균)은 1.3%로, 2012년 국면(0.5%), 2015년 국면(0.9%) 등 앞선 수축국면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생산 증가율 월평균 하락폭을 비교한 수축 속도는 최근 국면이 0.16%p로 2012년 국면(0.27%p)보다는 느리지만 2015년 국면(0.11%p)에 비해 1.5배 빠르다고 밝혔다.
최근 제조업 부진의 특징은 교역·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품목과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 생산이 1분기 이후 대폭 감소했고, 경기동행성이 낮은 자동차도 친환경차 생산체제 전환에 따른 생산차질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부진했다. 가공단계별로는 소비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었으나, 자본재·중간재의 경우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국가별로는 일본과 유로지역의 둔화세가 이번 수축국면에서 특히 뚜렷했다. 이는 주요국들 생산이 동시에 부진했던 과거 사례와의 차이점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번 수축국면에서 일본의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3.3% 하락하면서 2015년 국면(2.9%)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하락폭은 2012년 국면(12.6%)이 가장 컸으나 당시는 유럽 재정위기에 후쿠시마 대지진 사태라는 자체요인이 겹친 특수상황이었다. 유로지역은 이번 국면에서 생산증가율이 9.6% 하락했다.
일본과 유로지역은 기계장비 생산비중이 높아 글로벌 투자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근의 부진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체계 약화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중 갈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세계 교역·생산 감소, 선진국·신흥국간 분업체계 약화 등을 야기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기업들의 대체국 및 자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 등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의 조정을 수반할 경우 제조업 생산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글로벌 분업체제 내에서 부정적 영향을 경험한 다국적기업이 향후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우리 제조업이 경쟁력 제고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계 제조업 생산 부진은 단순한 경기순환적 요인 뿐 아니라, 보호무역기조 강화·글로벌 공급체계 약화 등 통상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친환경·스마트화·디지털화 등 미래 성장동력 관련 소재·부품·장비 등의 핵심기술 개발 역량을 지속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대외요인에 따른 경기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내수 부문을 강화하는 등 경제구조 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