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DLS 투자 피해자)
여러분, DLS라고 아십니까? 은행에 갔다가 이 DLS라는 금융 상품에 투자하라는 권유 들어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이게 뭔고 하니 일종의 펀드인데요. 해외 금리에 연동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해외 금리 연동형 파생 결합 상품이라는 겁니다.
즉 어느 나라 금리와 연동을 해서 그 나라의 금리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이 나고 반대로 기준치 이하로 금리가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데 희한하게도 손실률이 수익률보다 훨씬 크게 설계돼 있는 그런 상품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유럽의 금리가 급락했죠.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고요. 투자 금액은 총 8200억 원대. 손실률은 무려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서 100만 원 투자해서 5만 원이 남았다는 얘기죠.
물론 투자를 하면 잃을 수도 있고 얻을 수도 있는 겁니다마는 문제는 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할 때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고지를 했느냐. 이 부분이겠죠. 저희가 DLS 투자자 다수를 접촉해 봤는데 대답은 일관됐습니다. “매우 안전한 상품이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겁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노인이 많습니다. 투자하셨던 분 중에 한 분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피해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언제 얼마를 투자하셨어요?
◆ 피해자> 5월 초에 이사 비용으로 준비해 놨던 걸 남편 1억, 저 1억 이렇게 들어갔어요.
◇ 김현정> 총 2억.
◆ 피해자> 네.
◇ 김현정> 어떤 식으로 투자를 권유받으셨어요, 은행에서?
◆ 피해자> 이 상품은 너무 좋다고. 그래서 제가, 저는 잘 몰라서 그냥 안 하겠다고. 이사 비용이라 우체국에 그냥 예금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원금 손실 전혀 없고 이 지역의 고령자나 퇴직자인 분들이 다 안전해서 가입한 상품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사모님처럼 소심한 사람한테 너무 좋은 상품이고 이 상품은 독일이 망하지 않으면 절대 손실 날 일이 없고 사모님 아시죠? 독일보다 우리나라가 더 위험한 거. 독일이 더 안전하니까 무조건 넣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어요.
◇ 김현정> ‘소심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없다’ 라는 얘기까지 했어요?
◆ 피해자> 네, 그런데 이게 모든 지점이 비슷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제가 보니까 이 DLS 상품은 넣어두기만 하면. 그러니까 만기 6개월만 지나면 수익률 5%가 난다. 그러니까 독일 금리가 6개월 동안 비정상적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5% 보장받는 거예요. 이 소리를 들으신 거군요?
◆ 피해자> 네, 그냥 은행이라서 그런 좋은 상품이 있다니까 별 의심 없이. 그리고 말을 너무 잘하셔가지고 다 그렇게 해서 가입하게 된 거예요.
◇ 김현정>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6개월 내에 망하지 않는 한 아무 일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독일의 금리는 몇 달 사이에 급락을 했습니다. 즉 이 상품이 걸었던 그 조건에서 벗어난 거죠.
◆ 피해자> 네.
◇ 김현정> 손실이 얼마나 발생했습니까?
◆ 피해자> 3월달 상품은 (조건이) -0.2%고 5월 제가 가입했을 때는 -0.25%고 5월 말은 또 -0.3% 미만으로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 김현정> 달마다 조건이 다 달랐어요, 투자자의 조건이?
◆ 피해자> 네, 그러니까 이 상품은 그게 문제였고 저희는 (독일 금리가) -0.25%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괜찮고 0.1이 떨어질 때마다 원금의 25%씩이 손실이 나는 그런 상품이었더라고요.
◇ 김현정> 잠깐만요. 독일 금리가 계약하던 시점에서 -0.25% 밑으로 빠지면 그때부터 원금의 25%씩을 빼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손실이 발생해요?
◆ 피해자> 떨어질 때마다 원금의 25%씩이 손실 나는 거였더라고요.
◇ 김현정> 그럼 -0.25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6개월 채우면 연 5% 수익 나고?
◆ 피해자> 네. 그런데 이게 뭐 10년 동안 자기네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까 -0.19를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0.25라는 건 신의 고지라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얘기했거든요.
◇ 김현정> 그래서 독일이 망해야 떨어지는 거다. 이렇게 얘기했군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런데 떨어졌죠, 독일 금리가.
◆ 피해자> 네.
◇ 김현정> 선생님은 얼마나 손실을 보셨습니까?
◆ 피해자> 저희는 -0.65 되면 0이에요. 지금 0.71까지 떨어졌으니까 저희는 그냥 0이에요.
◇ 김현정> 2억 투자하셨는데 그러면…
◆ 피해자> 원금이 없어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6개월 동안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률이 고작 5%인데 어떻게 손실은 그렇게 크게 설계가 되어 있죠?
◆ 피해자> 그게 너무 이상하고요. 저희는 5월 초에 가입을 했는데 3개월 정도 만에 원금이 다 없어진 거예요.
◇ 김현정> 떨어질 때 조짐이 이상하다 싶어서 은행에 달려가보지 그러셨어요?
◆ 피해자> 가봤어요. 그랬더니 천재지변이라는 거예요. 그 담당 PB가, ‘천재지변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라는 식으로 대응을 해서 저희는 너무 깜짝 놀랐고. 그래서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돼요? 판단을 해 주셔야 되잖아요. 손실이 날 때 다 환매하세요라든지 이런 말을 해 주시면 우리가 뭐를 하겠다 그랬더니, 저희는 아직까지 만기가 안 됐고 그건 고객님이 선택하셔야 되고 위에서 지침이 안 내려왔다는 말만 반복하실 뿐인 거예요. 다른 은행에서는, IB뱅크 그런 데서는 3월부터 판매를 중단한 상품을 왜 팔았냐고 그랬더니 자기네는 그렇게 생각 안 했고 앞으로도 또 변화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계속 그런 똑같은 말만 반복하더라고요.
◇ 김현정> 똑같은 상품을 다른 은행에서는 판매 중단했다고 해요?
◆ 피해자> 네, 뉴스에 나왔더라고요. 이게 너무 위험해서 그 은행에서는 3월에 중단했고.
◇ 김현정> 다른 은행에서는.
◆ 피해자> 다른 2개의 은행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유럽 상황이 어떨지 몰라서 중단한 상품이라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이 상품을 판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뿐이죠?
◆ 피해자> 독일 국채로만 한 건 우리은행만이에요.
◇ 김현정> 독일 국채로만 한 곳은 우리은행. 유사한 (해외금리 연동형) 상품을 판 곳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알겠습니다. 중간에 찾아갔을 때도 그만두라는, 그러니까 팔라는 조언은 없었고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 피해자> 네. 그리고 7% 수수료만 이야기하고. 계속 그걸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를.
◇ 김현정> 중도 환매 수수료 7%라는 것만 이야기를 했다. 투자자님, 처음에 계약하실 때 이게 ‘독일이 망하지만 않으면 문제 없습니다’ 라고만 얘기한 거예요 아니면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고 원금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상황까지도 알린 거예요, 은행에서?
◆ 피해자> 안 알렸죠.
◇ 김현정> 그 얘기를 안 했어요?
◆ 피해자> 네, 원금 손실이 있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이렇게 상품 구조가 돼 있지만 -0.19 미만으로는 10년 이상 내려간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이건 그냥 그런 거니까 이건 전혀 신경 안 쓰고 11월 11일 만기날 오시면 그냥 원금 플러스 이자 드리니까 진짜 이거 통장 가져가서 집에다 딱 놓으시고 그날 오시면 됩니다라고 얘기했어요.
◇ 김현정> 사실 투자를 할 때는 최종 책임은 투자자가 지는 거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제 조건이 있죠. 판매자가 충분히 정확한 정보를 줄 것. 요즘은 워낙 복잡한 금융 상품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고 판매할 의무가 판매자에게 지워져 있는 건데 그 부분이 충족됐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데 원금 손실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 피해자> 네.
◇ 김현정> 계약서 같은 거 꼼꼼히 안 보셨어요?
◆ 피해자> 계약서랑 상품 설명서를 안 줬어요. 그래서 이번 일 터지고 가서 저희 계약서를 달라 했어요.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다 안 받았어요.
◇ 김현정> 아니, 사인은 하셨어요, 계약서에?
◆ 피해자> 이번에 당한 분들의 공통점은, 은행 가서 적금을 들거나 뭐를 들 때 (은행 직원이) ‘사모님 여기다 사인하세요’ 해가지고 동그라미 쳐주는 거.
◇ 김현정> 여기, 여기, 여기 하라고 동그라미 쳐주죠.
◆ 피해자> 거기다가 저희 이름을 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그런 상품이라고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그렇게 사인만 한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물론 그렇게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사인하십시오라고 동그라미만 쳐줬어도 투자자가 다 읽어봤어야 하지 않습니까 라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습니다마는 은행이니까 그냥 일단 믿으셨던 거군요.
◆ 피해자> 그냥 은행을 믿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표 은행인 데다가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은행은 안전 자산을 보관하는 장소라고 생각하지 은행에서 이런 사기가 일어난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 김현정> 은행을 믿고 사인하셨다는 말씀이에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게다가 나중에 계약서 받고 나서 확인해 보니까 운용 상황에 대해서 알림을 받지 않겠다라는 곳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고요?
◆ 피해자> 다들 운용 보고서에 수령 신청에 ‘거절’.
◇ 김현정> 알림 거절?
◆ 피해자> 이메일 장부 통보서에 ‘거절’ 이렇게 표시가 돼 있더라고요.
◇ 김현정> 누가 체크한 겁니까?
◆ 피해자> 직원이죠. 왜냐하면 글씨체가 다 똑같아요.
◇ 김현정> 똑같아요. ‘알림 받지 않겠다’ 에 체크돼 있고 또 보면 투자 성향 이런 거 체크하는 란도 있잖아요.
◆ 피해자> 그러니까 그 투자 성향도 다 직원이 하셨어요.
◇ 김현정> 공격적 성향에다가 체크?
◆ 피해자> 네, 공격적. 다 2로 111. 1이 3개면 모두 다 공격형 투자형인데 너무 웃긴 건 저는 총점이 95점 나왔는데 똑같은 그것에 표시했는데 어느 분은 100점, 어느 분은 96점, 어느 분은 93점 되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아까 설명할 때 소심한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면서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런데 투자 성향에는 공격적 성향으로 체크가 돼 있다면 이건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그것도 투자자가 직접 하신 게 아니라 직원이 지금 한 걸로 의심이 되고.
◆ 피해자> 의심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 김현정> 세상에. 피해자분들 중에 고령인 분들이 상당히 많다면서요?
◆ 피해자> 네, 그 담당 PB가 한 말 중에 사실인 건 그거예요. 저희 지점에는 고령인이 많다. 50대 후반인데 저보다 다들 연세가 더 많으세요. 일각에서는 (투자자들더러) VIP라는데 저는 그 은행 VIP 아니고 이 상품 투자하면서 처음으로 VIP실이라는 걸 가봤어요. 그러니까 일각에서 말하는 VIP 고객 전혀 아닌 사람이 너무 많고 어느 분은 어머니를 모시고 왔어요. 어머니가 80대이신데 머리 하얘갖고 부들부들 떠시는데 어제 저희가 만났는데 쓰러지실 것 같더라고요, 너무 스트레스 받으셔서.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인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고맙습니다.
◆ 피해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DLS 투자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은 2억 원의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원금을 전체를 손실 본 분인데, 지금 이런 분이 많다는 거예요. 금감원에서는 해당 DLS 상품에 대한 합동 검사를 추진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결과를 좀 지켜보도록 하죠.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