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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수영스타 최연숙 "제가 인어였다는 걸 잊고 있었죠"

사회 일반

    70년대 수영스타 최연숙 "제가 인어였다는 걸 잊고 있었죠"

    마스터즈 수영대회 400m 완주 성공
    70년대, 여자 수영 '신기록 제조기'
    뇌출혈로 쓰러져..기적처럼 깨어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빨라..도전하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연숙(세계 마스터즈 수영대회 출전 선수)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광주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렸던 건 다들 아실 텐데 그 뒤에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라는 게 열렸고 막을 내렸다는 사실은 잘들 모르시죠. 그런데 저는 세계 최고의 수영 선수들의 그 대회보다도 그 마스터즈대회가 훨씬 더 인상적이더라고요. 이 마스터즈대회는요. 금메달만 985개. 시상식만 하루에 94회가 열렸습니다. 뭔가 하니 프로 선수들이 아니라 동호회 소속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 수영 대회예요. 청각 장애인 선수부터 그 어머니. 또 93세, 91세. 이렇게 연세 지긋한 고령 선수들도 굉장히 많았고 한국에서 입양이 됐다가 고향에 이번에 처음 온 이런 애틋한 사연의 선수도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 사연 없는 선수가 없더군요.

    그 분들 중에 한 분을 오늘 만나볼 텐데 이분은 1970년대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 스타입니다. 무려 32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던 최연숙 선수. 은퇴 후 37년 만에 처음 수영 대회에 참가를 하신 건데 이런 프로 선수가 왜 이런 대회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연이 있습니다. 완주를 목표로 뛰었다는 최연숙 선수.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최연숙 선수, 안녕하세요?

    (사진=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 최연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르신 선수한테 선수, 이렇게 부르려니까 좀 어색해요, 제가.

    ◆ 최연숙> 저는 굉장히 행복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럼 제가 계속 최연숙 선수. 이렇게 오늘은 부르겠습니다. (웃음)

    ◆ 최연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마지막 경기까지 마치셨잖아요. 목표이던 400m 완주하셨습니까?

    ◆ 최연숙> 네, 아주 행복하게 완주했습니다.

    ◇ 김현정> 완주하셨요. 혹시 메달도 따셨어요?

    ◆ 최연숙> 아니요, 메달은 역시 세계 대회라 벽이 높더라고요.

    ◇ 김현정> 최연숙 선수는 지금 기억하실 거예요, 여러분 잘 더듬어보시면. 1970년대 남자 수영에 조오련 선수가 있었다면 여자 수영에는 최연숙 선수 아니었습니까?

    ◆ 최연숙> 그랬죠. (웃음)

    ◇ 김현정> 그렇죠. 그 당시를 떠올리면 어떤 장면들 기억나세요.

    ◆ 최연숙> 신기록의 제조기. 정말 물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금메달. 라이벌이 없었죠. 제 완전히 독무대였죠.

    ◇ 김현정> 한국 여자 수영의 신기록 제조기. 이게 별명이셨잖아요. 신기록 몇 개 세우셨죠?

    ◆ 최연숙> 32번이나 한국 신기록을 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32번이나. 그러니까 자기 기록을 또 깨고 또 깨고 계속 그러신 거예요.

    ◆ 최연숙> 그렇죠. 자기 기록을 깬 거죠.

    ◇ 김현정> 그러다가 왜 수영을 놓으셨어요?

    ◆ 최연숙> 제가 한참 전성기에 좀 더 넓은 무대에 가서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가고 싶어 했어요, 미국으로. 그런데 이제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운동을 그만두게 된 커다란 목적 중의 하나가 됐죠.

    ◇ 김현정> 그 후로는 그냥 평범하게 사셨더라고요.

    ◆ 최연숙> 네, 결혼과 출산. 그렇게 지냈죠.

    ◇ 김현정> 그런데 2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 최연숙> 네. 망치로 맞은 것같이 아프고. 저는 이제 그리고 그다음은 기억이 없고 30시간이 지난 다음에 선생님한테 가서 수술을 한 경우에 그 과정, 과정도 정말 기적 같았어요. 마지막에 응급실에 갔을 때는 위험한 상황이었나 봐요. 그런데 어쨌든 30시간 뒤에 가서 수술한 것조차도 기적이잖아요. 주변에서 다들 천운이다. 너는 정말 하늘이 살렸다. 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몸에 변화가 굉장히 많이 왔어요. 남들은 못 느끼지만 저 자신한테.

    ◇ 김현정> 예를 들면?

    ◆ 최연숙> 눈이나 귀 이런 쪽으로 다 이상이 왔는데 지금도 앞가슴 쪽 빼고는 전체적으로 몸이 화끈화끈하고 쉽게 얘기하면 물파스 같은 거 바르면 화하잖아요. 그런 느낌. 그게 아직도 있습니다. 그리고 힘이 많이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거. 그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 김현정> 30시간 만에, 뇌출혈이 발생하고 30시간 만에 수술을 받고 사실은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섰어요. 원래 큰 병 앓고 나신 분들, 큰일 당하고 나신 분들 그다음부터는 몸조심하시잖아요. 37년 동안 놨던 수영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하신 겁니까, 그 상황에서?

    ◆ 최연숙> 진짜 1년 동안 회복하는 과정 중에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거죠. 나는 어떤 존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이지만 제 자신을 되돌아보니까 저는 수영 선수였잖아요. 800m만 완주를 하면 그거는 육상의 마라톤이라고 똑같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고통이. 그래서 그것을 성공하면 내가 앞으로 삶을 좀 더 질적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용기 내서 도전을 했죠. 그리고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이 도전을 하면서 물속에 가니까 제가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인어가 물 바깥에 나와 살다가 다시 이제 고향으로 오니까 너무너무 행복했던 거죠. 그래서 물 바깥에 살았으니까 제가 얼마나 갈급하고 얼마나 힘들었나. 그거를 깨달으면서 매일매일 수영장 가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 김현정> 이거 참 좋은 말이네요. 우리가 행복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닌데 행복한 것인지 모르고 그걸 버리고 있다가 그 행복을 잃어버린 다음에야 그때가 행복했구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이걸 뒤늦게 깨닫는 것도 있어요.

    ◆ 최연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데. 그 행복을 다시 찾으신 겁니다, 최연숙 선수. 이것만 들어도 드라마틱한데 우리 최연숙 선수 같은 사연을 가진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면서요, 이번에. 어떤 분들 만나셨어요?

    ◆ 최연숙> 가장 스타 되신 분이 일본 분이 있죠. 93세 할머니.

    ◇ 김현정> 최고령 출전자. 아흔셋 되신 할머님 선수. 출발대에 오르지를 못하셔가지고 출발대 아래서 아예 출발하시더라고요.

    ◆ 최연숙> 아래에서 하실 때도 있었고 위에서 뛰셨어요, 또. 다 부축을 받고. 그런데 뛰어내리는데 선수가 뛰는 게 아니라 그냥 풍덩 빠지듯이 그렇게 하는데 물에만 딱 들어가서 수영을 하시면 가볍게 또 하세요. 그 모습도 너무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 할머님도 물속에서는 인어시네요? (웃음) 93세 인어. 그 93세 인어에 비하면 우리 60세 인어는 너무 어린 인어 아닙니까?

    ◆ 최연숙> 그렇죠. 너무 아가죠. (웃음)

     

    ◇ 김현정> 거기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름다운 인어들이 다 모여서 경기를 치른 셈이에요. 우리 뭐 지금 93세 할머님 얘기도 했습니다만 그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모인 그 선수들이 물살을 헤쳤는데 지금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하고 계신 분들, 삶에 지친 분들, 행복을 잃은 분들 계실 거예요. 그분들께 힘이 되는 한마디 주신다면?

    ◆ 최연숙>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거 그리고 내가 과거에 했던 것 중에 좋았던 것 중에서 하나를 일단 시작을 하면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거.

    ◇ 김현정>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어떻게 보면 흔한 말인데 진짜 해 보니까 그렇던가요?

    ◆ 최연숙> 네, 너무 정말 친구가 그 말을 해 줬을 때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인데 그 말이 힘이 되고 용기 낼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내가 쭉 그렇게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했던 일이 뭔가를 다시 생각해서 그것을 한동안 잊고 있던 그것을 한번 다시 도전해 보셔라. 그러면 삶의 활력이 살아날 것이다. 최 선수님. 고생 많으셨고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다음 번에 또 스스로를 넘어서는 도전이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최연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광주에서 열린 뜻깊은 정말 감동적인 수영대회였어요.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에 참가했던 왕년의 수영 스타죠. 최연숙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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