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이 21일(한국 시각) 2019 세계개인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후배 김효민을 누르고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바젤=노컷뉴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28·인천국제공항)이 대표팀 맏언니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성지현은 21일(한국 시각) 스위스 바젤의 쟝 야콥스 아레나에서 끝난 2019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대표팀 후배 김효민(24·인천국제공항)을 2 대 0(21-9 21-8)으로 완파했다. 대회 첫 경기를 산뜻하게 끊었다.
사실 성지현은 올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올해 앞선 11번의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단 한번이었다. 지난 3월 이곳에서 열린 스위스 오픈에서 공동 3위에 든 게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아선수권과 인도네시아오픈 등에서는 32강에서 탈락하며 10위 안이었던 세계 랭킹도 11위로 밀렸다.
여기에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대표팀 내에서도 만만찮은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천재 소녀'로 불리는 안세영(17·광주체고)은 지난 5월 뉴질랜드 오픈 등 최근 3번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안세영은 세계 랭킹은 30위지만 5월부터 시작된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랭킹 포인트에서는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다. 이외에도 김가은(21·삼성전기)이 24위로 33위인 성지현보다 높다. 물론 올림픽 출전 랭킹은 내년 4월까지로 순위를 높일 여지가 많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는 올해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국제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이 기간 가장 성적이 좋은 10차례 대회 점수를 합산한다. 단식은 36위까지 출전하는데 16위 안에 한 국가에서 다수의 선수가 포진하면 상위 2명까지 출전한다. 와일드카드 2장을 더해 총 38명이다.
성지현이 최근 부진을 딛고 투지를 불사르는 이유다. 경기 후 성지현은 "대회가 워낙 많아 몸도 아픈 곳이 많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걱정을 좀 했지만 공도 잘 맞고 경기가 잘 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태국오픈이 끝나고 열흘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근력 운동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도쿄를 마지막 올림픽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섰던 성지현은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도전이 될 것 같다"면서 "끝이 보이니 힘을 더 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2010, 2014년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과 동메달을 따냈던 성지현은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다.
최근 후배들의 선전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성지현은 "후배들이 좋은 성적으로 같이 경쟁을 하면서 자극을 받는다"면서 "서로 이렇게 잘하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까지 올림픽 랭킹 포인트 경쟁 기간은 8개월 정도가 남았다. 성지현은 "10개 대회를 거의 모두 나가야 한다"면서 "너무 멀리 보면 힘들어질 수 있어 한 대회 한 대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지현은 오는 23일(현지 시각)으로 예정된 16강전에서 오쿠하라 노조미(일본)과 맞붙는다. 오쿠하라는 세계 랭킹 4위로 이번 대회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강자다. 성지현은 "워낙 잘 뛰는 선수고 스피드도 좋아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결전 자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