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북핵수석대표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면서 조만간 북미대화가 재개될 지 주목된다.
방한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본부장도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시점에 비건 대표가 시의적절하게 방한했다"며 "한미가 아주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대화의 전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한이 지난 달부터 지속적으로 중단을 요구해온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된 20일에 맞춰 이뤄졌다.
방한 시기까지 고려하면서 북한에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북미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0일(현지시간)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기대만큼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북한에 협상 재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비건 대표가 22일 방한을 마친 뒤 중국 방문에 나서는 것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방한 기간중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북측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여유를 더 늘려 잡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협상재개 제의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미 정상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주내 실무협상을 재개하자고 합의했었지만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만남이 미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지만 북한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다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남한이 앞으로의 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 한다고 남한을 비난하며 북미대화 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뿐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회의를 마친 뒤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거세게 반발해온 것도 향후 협상에서 의제 선점 등을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최종적인 내부 입장 정리가 아직 안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 양국도 뉴욕 유엔총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9월 초에는 실무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계기에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간 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결과를 재확인하고 이어 연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다만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두고 양측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하고, 협상기간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동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WMD 동결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로드맵 작성에도 착수하자는 것으로 지난 2월말 하노이 정상회담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현 단계에서 내디딜 수 있는 최대한의 비핵화 조치로 내세운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올 것을 요구해 왔다.
북한이 하노이회담 이후 제재완화 대신 체제안전보장을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의 셈법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안보우려를 집중 부각시킨 것도 협상 대비용이라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