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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국민법감정 건드린 조국…'정유라 사태' 도플갱어?

법조

    [뒤끝작렬] 국민법감정 건드린 조국…'정유라 사태' 도플갱어?

    조국, 딸 '부정입학' 의혹 관련해 "명백한 가짜뉴스"
    3년 전 '정유라 사태' 역시 의혹 부인하다가 '촛불정국'
    청년층, '과정의 평등' 강조해온 조국에 분노·허탈감 느껴
    일각에선 장관 임명 강행 시 현 정권 부담 등 우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한형기자

     


    '입시 부정', '특혜 입학', '스펙 쌓기'. 모두 교육문제와 공정성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절대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단어들이다.

    '국정농단'이 촛불로 번져 정권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다수의 국민들은 최순실(본명 최서원)의 딸 정유라가 장본인이었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에 주목하고 개탄했다.

    당시 정씨는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로 이대에 입학하고, 수업을 듣지 않아도 일부 교수들이 알아서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등 특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3년 뒤 요즘, 이런 부정적인 단어들이 한데 모여 또다시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필기시험 한번 보지 않고 한영외고→고려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누군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국(55)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얘기다.

    조 후보자의 딸이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국내 학술지에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성과를 냈다고 한다.

    조 후보자의 딸이 고려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 등에 해당 논문을 언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교육계에선 제1저자 논문이 입시 평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차후 문제라고 말한다. 논문 작성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면, 이를 입시에 제출한 것 자체가 입시 부정이고 입학 취소 사유라는 것이다.

    이에 조 후보자는 "국민들의 질책을 받겠다"면서도 "부정입학했다는 내용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오히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이쯤 되니 이번 '조국 사태'가 3년 전 '정유라 사태'와 판박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씨의 만행을 넘어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정유라 사태를 기억 속에서 소환해본다. 2016년 10월 17일 이대 측은 외부언론 '비공개' 형식으로 설명회를 열고 "입시는 매우 엄정하게 진행돼 전혀 문제가 없고, 특혜를 준 바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모든 의혹들이 거짓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학교 측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학생들은 오히려 더 분노해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이틀 뒤 총장은 사임했고, 곧 이어 국정농단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100만 촛불로 번졌다.

    국민법감정을 건드린 조 후보자가 자녀 입시 의혹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해야 하는 이유다.

    조 후보자는 법을 공부한 법학교수이자, '과정의 평등'을 직접 강조한 이 시대 지성인으로 평가받으며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실세'다. 의상실을 드나들며 대통령 연설문을 고쳐준 비선실세와는 본질부터가 다르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부정 채용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의 자식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있다"며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사람도 조 후보자다.

    당시 조 후보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실업자 등은 계층 상승이 봉쇄돼 있기에 카스트 제도 바깥에 내팽개쳐 있는 불가촉천민 신세"라며 "부단한 노력으로 실력과 스펙을 쌓으며 계층 상승을 꾀하는 이들도 기껏해야 6두품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모토였던 '공정한 사회'에 대해 "너희는 가짜 공정 사회야"라고도 일갈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이랬던 조 후보자는 정작 자기 딸의 스펙을 쌓아주는 데는 관대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부터가 학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한 실망감과 그의 딸을 통해 느낀 허탈감에 분노하고 있다.

    조 후보자 장관 지명 이후 일련의 사태를 지켜봐온 한 검찰 관계자는 "현 정권이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고 해도 끝이 아닐 것 같다"며 "촛불이 촛불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가족에게도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의 잣대를 들이댔는지를 말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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