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폭스바겐 매장. 박종민기자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하는 '디젤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아우디폭스바겐을 상대로 국내 피해차주들이 낸 민사소송의 두 번째 선고가 이뤄졌다. 법원은 디젤게이트로 인한 피해차주의 정신적 손해는 인정한 반면 재산적 손해, 기만행위로 인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100만 원을 각 피해차주들에게 지급하라고 23일 판결했다.
다만, 배출가스 조작, 허위광고 등으로 피해차주들이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련의 디젤이슈(디젤게이트)로 피해차주는 일반인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아우디폭스바겐의 행위 적극성을 볼 때 이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고의로 임의설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초기 리콜 조치를 부실하게 하고 세 차례나 리콜계획서가 반려됐다"며 "아우디폭스바겐이 소비자에게 하는 각종 행위의 위법성이 크고 소비자는 만족감을 갖지 못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100만 원 지급을 명령했다.
피해차주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이날 민사 22부 선고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피해차주는 2,400여 명에 이른다. 아우디폭스바겐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약 24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민사 22부 재판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피해차주의 '재산적 손해'와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비자가 차를 구매할 때 일반적으로 승차감, 디자인으로 판단하지 배출가스나 질소산화물 배출량 등을 구매요소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출가스 인증 적법 여부가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로 보기 어렵다"며 "보통은 브랜드, 디자인, 연비, 승차감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판매사나 제조사가 인증을 적법하지 않게 받은 것을 하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해 모순적으로 차량의 연비가 오히려 올라가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재판부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오히려 연비나 출력이 좋아지는 모순적 상황이 있다"며 "재산적 손해 어느 면에서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지난 7월 먼저 선고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 16부는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책임이 있다고 봤다.
폭스바겐 그룹이 '유로 5 배출가스 기준과 대기환경보전법 등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 '친환경·고연비 차량'이라며 디젤 게이트 차량을 표시 광고했지만 이는 거짓이고 기만행위였다고 판단했다.
피해차주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항소를 진행해 독일연방대법원 등에서 재산적 하자로 인정한 판결을 항소심에서 적극 발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