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가족 명의의 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고 웅동학원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공익 법인에 가족 명의의 펀드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한껏 자세를 낮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불리한 여론을 만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조 후보자는 23일 가족 명의의 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고 모친을 비롯한 가족이 운영에 관여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며 "전 가족이 함께 고민하여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 발표에 앞서 웅동학원 이사장인 조 후보자의 모친도 "자신과 (조 후보자의 처인) 며느리는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논란이 된 재산과 학교 법인에 대한 운영 권한 등을 포기하면서 손 떼겠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연이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상세한 해명이나 입장 발표가 아닌 본질에서 벗어난 국면 전환용 약속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반감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입장을 발표한 조 후보자는 '입장 발표를 사과로 봐도 되는 것인지', '딸의 논문 의혹에 관한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연이은 의혹 제기에 "나 몰라라 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어떤 형식의 검증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국민청문회나 정의당의 소명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물타기' 논란은 지난 20일에도 불거진 바 있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면 추진할 정책을 발표했다가 분위기 반전을 노린 '선전용'라는 비난을 받은 것이다.
당시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정책 구상부터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미 법무부장관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매일매일 저의 주변과 과거를 고통스럽게 돌아보고 있다"면서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날 각각 조 후보자의 후보직 및 서울대 교수직 사퇴와 조 후보자의 딸 입학 과정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그동안 조 후보자가 밝힌 소신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상처를 줬다"며 "그 점이 조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