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더라면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아쉬움이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부실사태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한 얘기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와 수단들을 규정하는 법으로 동양증권 사태나 키코(KIKO)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대규모 피해가 잇따르면서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동안 나온 법안들은 금융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이 위험한 상품을 함부로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사후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들을 담았다.
우선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선 모든 상품의 판매를 통합적으로 규제한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융합, 연계, 파생되고 있지만 금융상품의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는 은행,증권,보험 등 개별적인 금융업법으로 분산돼 있어서 같은 성격의 상품에 대해 금융업권별로 규제의 차이 또는 공백이 발생해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판매가 이뤄진 후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현재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주체여서 보상을 받기 힘든 사정을 감안해 금융회사가 이런 피해에 대해 ‘판매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증을 하도록 주체를 바꾸고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되 손해배상의 금액도 크게 잡아 ‘징벌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집단소송제도 도입하는 내용들이 그간의 법안들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금소법안은 2012년에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지금까지도 입법에 이르지 못하고 현재 국회 정무위에 5개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때문에 금소법이 어떤 형태로든 제정이 됐더라면 D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는 통제돼 피해규모가 줄어들고 피해에 대한 구제도 좀 더 손쉽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자들의 한탄이 나온다.
(표=집단소송 및 손배 관련 5개 금소법안 내용)
금소법은 19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됐을 때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포괄하는 금융감독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르면서 논란이 이어지다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10월 박선숙 의원 등 13명의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안’▲2016년 12월 박용진의원 등 10명의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 ▲2017년 3월 최운열 의원 등 10명의 ‘금융소비자보호법안’ ▲2017년 4월 이종걸의원 등 11명의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이 차례로 의원입법안으로 발의됐다.
금융위원회도 2017년 5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정부 입법안으로 내놔 지금까지 5개의 법안이 국회 정무위에 접수만 된 채 잠자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DLS사태가 터지면서 지난 14일에야 이 5개의 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넘어가 ‘제안설명’만 이뤄진 상태다.
본격적인 법안 심사는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상황이고 5개의 법안이 상정된 만큼 함께 심사해 수정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여 최종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최운열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금소법안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연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해야한다는 단서가 달리고 다른 법안들 일부에서도 소비자보호기구 설립 규정이 있어 감독체계개편 이슈가 다시 입법의 발목을 잡을 소지도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대신 비대해질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내 과거 예산처와 같은 별도 기구를 설립하고 금융위는 해체, 금융감독원은 독립적 운영을 하되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해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밖에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5개 법안들의 내용이 대동소이하지만 집단소송제에 대해 4개의 의원입법안들은 모두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안에는 빠져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서도 의원입법안들은 모두 ‘손해금액의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정부안은 금융상품을 중개한 금융회사는 소송대상에서 제외하고 직접 판매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는 정도로 규정하고 배상한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법안 심사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포함될 지가 주목된다.
특히 집단소송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 증권분야의 특정한 사건 피해와 관련해서만 도입돼 있는데다 요건이 엄격해 실효성이 없는데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를 공약하기도 했기 때문에 금융피해구제와 관련해서도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법안들은 피해 금액이 소액인 사건에 대해선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가 분쟁 조정 절차를 밟는 동안엔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소액’의 규정이 ‘2천만원 이하’와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