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보현PD)
북한이 '매국협정'이라 비난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폐기될 운명에 처했음에도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지 엿새째인 28일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고 있다.
전날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남측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 사설 전문을 논평이나 설명 없이 단순 게재했을 뿐이다.
북한 매체들이 지소미아에 대해 "친일 역적들과 재침 열에 들뜬 일본 반동들의 공모 결탁으로 세상에 나온 매국협정"이라 맹비난해온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반응이다.
이는 지소미아 효력 종료 시한인 11월 22일까지는 철회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있는데다 최근 경색된 남북 간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측을 맹비난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는 좀 겸연쩍기도 할 것"이라며 "다만 조만간 내부 매체를 통해서도 주민들에게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지소미아 종료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니까 그럴 것이고, 자기들이 비난해왔던 내용인 만큼 굳이 빨리 얘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11월 하순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미국 측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일단 대외 선전매체 한 곳을 통해 '최소한'의 보도만 내보낸 뒤 향후 추이를 보아가며 반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괜히 설치고 나서면 상황이 꼬여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고려도 작용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