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건설 이중근 회장(사진=자료사진)
수천억원대의 회삿돈을 부적절하게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부영그룹 이중근(78) 회장이 항소심에서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8일 43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영그룹 이종혁 전무, 이 회장의 셋째 아들인 부영엔터테인먼트 이성한 대표, 이 회장의 조카인 흥덕기업 유상월 대표 등 10여명의 부영 측 인사들도 자리했다.
목발을 짚고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아 입정한 이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범행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부영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매사 업무를 적법하게 처리하려 노력해왔고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관계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가족 회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대외적으로 부적절한 운영절차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변론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부영그룹은 피고인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기업으로 계열사들은 모두 피고인과 관계자들이 발행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실질적 가족회사"라며 "때문에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이 다소 부족했고 계열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 행동이 법적으로 잘못된 일처리로 판단될 수 있었던 점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부영그룹 측 변호인단은 "편향적인 언론보도 때문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며 "증거 재판주의 등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에 따라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1심에서 상당 부분 공소사실이 '무죄' 혹은 '일부 유죄'로 판단된 데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2명에 이르는 점과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해 공소사실을 네 묶음으로 분류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2일에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4300억원대의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등 10여개가 넘는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기소됐으나 지난해 7월 '병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11월 1심에서 횡령 관련 365억여원, 배임 관련 156억여원 등 약 521억원 상당액만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