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7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추진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섰다.
앞서 여야 3당은 다음달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조 후보자 관련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청문회 일정을 놓고 한국당이 사흘 간의 청문회를 제안하자, 민주당이 '국민청문회'로 맞불을 놓는 등 기싸움 끝에 1박2일로 합의한 것이다.
이 와중에 전날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20여곳을 압수수색하자, 나 원내대표는 사실상 '피의자' 신분인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를 시도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경기 용인시 인근에서 진행된 연찬회 도중 이날 오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조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에 대한 당내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청문회 보이콧을 주장하는 나 원내대표와 인사검증TF 위원들, 원내부대변인단 등 지도부 의견과 달리 청문회를 기존 합의대로 열어야 한다는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도부가 장관 후보자가 피의자로 압수수색까지 당한 마당에 청문회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래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며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와서 발뺌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장면까지도 생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우리당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 한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여야가 합의를 했는데, 우리가 보이콧을 하면 또 역공의 빌미를 주게 된다"며 "수사와 청문회는 엄연히 별개인 사안이고,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열지 말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자칫 청문회가 조 후보자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표면적으론 청문회 보이콧 사유로 검찰 수사를 들었지만, 실상은 청문회 결과에 따라 판이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막상 청문회를 열었을 때 과연 우리당이 잘 할지, 아니면 조 후보자가 잘 할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언론 보도로 이미 상처를 입은 조 후보자를 굳이 불러서 공방을 벌였을 때, 우리가 얻을 이득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조 후보자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불러서 질의했지만 완전히 되치기를 당했다"며 "당내에서 솔직히 이런 걱정들도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약 1시간에 걸친 비공개 긴급의총 결과, 나 원내대표는 "우리 지도부로서는 상당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오늘 결론을 내지 않고, 청문 절차를 거칠지에 대해 의견을 더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의총에서는 청문회 보이콧도 아니고, 개최도 아닌 어정쩡하게 '유보' 결정을 한 것이다. 지도부가 보이콧 방침을 정한 후 당내 의원들의 추인을 받고자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앞서 지난 6월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도 나 원내대표는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한 당내 의총 추인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로 시작된 장외투쟁 마무리 단계에서 원내 복귀 협상을 맡아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당내 의원들의 합의를 얻지 못한 채 불발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정치판에서 협상이나 전략 등을 담당해 본 경험이 없다"며 "의총을 열기 전에 의원들 의견을 사전에 대강 파악해보고 나서 의결을 거치는 방식이라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