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제공
긴 팔다리에 부들부들한 털을 가진, 꽤 큼지막한 테디베어가 약 100년 전 영국 런던의 한 가정에 배달됐다.
곰인형은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이름의 꼬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소년의 아버지 밀른은 아들이 곰인형과 노는 모습을 기록했다. 소년과 곰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는 1923년 1월 영국 잡지 '펀치'에 일부 실렸고, 이듬해 책으로도 나왔다.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가 그린 간결하지만 디테일한 삽화는 동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돌이' 위니-더-푸의 탄생이었다.
28일 찾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은 '곰돌이 푸' 세상이었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이 2017년 기획한 전시가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온 까닭이다. 지난해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의 베스트셀러 등극으로 확인된 푸의 인기를 전시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안녕, 푸'로 명명된 한국 전시는 셰퍼드가 그린 원화 드로잉, 밀른이 쓴 원고와 편지, 밀른·셰퍼드 가족의 사진, 책 초판본 등 230여 점을 망라했다. 푸를 주인공으로 한 국내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연필 드로잉들은 누렇게 바랬지만, 푸·피글렛·티거 일당의 앙증맞은 모습과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은 1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즐겁다.
전시는 1966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잘 팔리는' 캐릭터로만 각인된 푸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푸의 형상은 로빈뿐 아니라 삽화가 셰퍼드의 아들이 갖고 논 곰인형 그로울러에게서도 큰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1924년 출간된 동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는 엄청난 인기를 끌어 '야심 차게' 5천 부를 준비한 출판사를 당혹게 했다.
28일 소마미술관에서 상영된 영상 속 크리스토퍼 로빈과 '곰돌이 푸'
소마미술관 담당 큐레이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들은 전시가 끝나면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으로 돌아가 10년 이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곰돌이 푸를 국내에서 제대로 볼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1928년 출간된 동화 '푸, 모퉁이에 있는 집'에서 소년과 곰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푸, 나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내가 백 살이 됐을 때도." "약속할게."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성인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