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속개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안건조정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 위원장(가운데)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9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의 실질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날 정개특위에서 의결이 끝나면, 선거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머문 뒤 11월 말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90일이 협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만큼 여야간의 실질적인 협상이 벌어질 예정이다.
정개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전날 "정개특위 의결 이후라도 한국당이 협상의지만 있다면 바로 그날부터 새로운 대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것이, 4당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한국당에게는 절벽의 몰린 끝에 협상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압박의 시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여야 4당에게도 선거제 개편안을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항해 단일대오를 형성해왔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특위 차원에서도 의결을 해야만 사법개혁법안 처리 시점과 맞추는 등 차질없이 선거제를 의결할 수 있다는 계산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개특위에서 의결이 이뤄지면서 이제 협력의 시간이 끝난다. 여야 4당이 각자의 계산기를 다시 뚜들기면서 선거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막판 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 4당에게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할 수 없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사실 정치권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이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
여당 내에서조차 지역구를 줄이는 데다,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안이 설마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여야 4당 공조를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내에서 조차 불만이 높다. 정의당도 현행 선거법보다 연동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면 어떤 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이에 따라 선거제 개편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까지 치열한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안을 만들더라도, 패스트트랙안을 대체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의원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문제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패스트트랙 안은 50% 연동형에,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례대표 명부 방식도 권역별로 할 수 있게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도 가능하게 해, '석폐율제'요소도 가미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평화당과 무소속 대안정치연대는 줄곧 선거제 개편안이 과도하게 지역구 의석을 줄여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해왔다. 한 마디로 지역구 의원들이 손해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 하기위해 10%, 즉 330석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줄곧 주장해 오기도 했다. 이는 지난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 한 바이기도 하다. 지역구 의석 축소를 최소하면서도 비례성을 높이는 최선의 안이다.
문제는 국민의 여론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소환제, 세비동결, 상임위출석의무화 등 국회 권한 내려놓기도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때문에 앞으로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의원정수확대와 국회 개혁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지역구 의석수 축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한 내려놓기'는 한국당의 동의도 필요한 만큼 과연 여야가 의원정수 확대를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모든 협상에 실패한 최악의 경우, 선거제가 본회의에 오르더라도 과반 찬성을 못받고 부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