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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여중생 이야기에 '벌새'라는 제목이 붙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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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여중생 이야기에 '벌새'라는 제목이 붙은 까닭

    김보라 감독 "성수대교의 물리적 붕괴와 은희가 만나는 관계의 붕괴가 맞닿아 있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25관왕 기록한 화제작, 오늘(29일) 개봉

    오늘(29일) 개봉한 영화 '벌새' (사진=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집행위원회 특별상,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14+ 대상,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최우수 여우주연상·촬영상,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경쟁 대상, 제35회 LA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국제 경쟁 심사위원 대상…

    오늘 개봉한 영화 '벌새'가 개봉 전 거둔 성과의 일부다. '벌새'는 1994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해, 중학생 소녀 은희(박지후 분)가 맞이하는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보라 감독은 지난 14일 열린 언론 시사회 당시 '벌새'를 "뭔가 뿌리가 뽑힌 것처럼 부유하던 시절 꿈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1994년 성수대교 붕괴라는 아주 큰 사건으로 말미암아 어떤 것들을 간과하고 어떻게 향하고 있었는지를, 은희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994년이어야 했던 이유를 묻자,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이 영화에 나온다. 우리나라가 그 시대에 선진국이 되기 위해 굉장히 열망하지 않았나.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계속해서 서구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거대한 공기 속에서, 그 다리가 무너졌다. 다리의 물리적 붕괴가 은희가 계속 만나는 관계들, 그 안에서의 붕괴와 굉장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94년으로 정해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에는 "시나리오를 2012년에 썼는데, 세월호 참사 일어났을 때 기시감을 느꼈다. 한 걸음 한 걸음 (사회가) 나아가는 것 같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곪은 상처처럼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94년 은희의 가족과 (그때) 사회적 공기가 지금도 한국 사회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벌새'에) 공감해준다고 본다"라며 "우리 사회가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그런 과거의 자장 속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은희 역을 연기한 신예 박지후는 "은희는 제 또래 평범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후배 앞에서는 괜히 센 언니인 척도 하고 싶고, 친구랑 노는 걸 즐기는 그런 아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쓸쓸한 감정도 마음 한구석에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벌새'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집안에서도, 학교에서도 무관심 속에 방치된 은희를 궁금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는 한문 교실 선생님 영지 역은 배우 김새벽이 맡았다. 김새벽은 "사람에 대해 서툴고 상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걸 연결해 보려는 마음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은희를 대할 때도 소녀가 아닌 한 사람, 인간으로서 대하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벌새'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 감독은 제목에 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며 "벌새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다. 1초에 날갯짓을 평균 80번 이상 하고, 꿀을 찾아 아주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새"라고 우선 답했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 사랑, 희망, 뭔가 어떤 생명력, 이런 되게 좋은 상징들이 있더라.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자기를 사랑하려고 하는 여정을 보내서 벌새의 여정과 닮았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5관왕이라는 기록을 쓴 것을 두고 김 감독은 "그렇게 상을 받게 돼서 감사했다. 근데 계속 받아서 좀 얼떨떨하고 어떨 때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라며 "스태프와 배우들이 상 받으니까 너무 기뻤고, '벌새'로서 제가 뭔가 보답할 수 있어 좋았다"고 털어놨다.

    영화계가 왜 '벌새'에 주목한 것 같은지 묻자 "사람은 누구나 제대로 사랑받고 싶고,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 그런 게 잘 드러나 있고 유년 시절의 관계나 상처 등 굉장히 원형적인 걸 다루고 있다. 한국의 구체적 서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걸 건드리는 게 좋았다는 말씀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벌새'는 개봉 첫날인 오늘(29일)부터 릴레이 GV(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오늘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상영 후에는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과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와 김새벽이 참석하는 GV가 열린다.

    (표=콘텐츠판다/㈜엣나인필름 제공)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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