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보현PD)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67)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63), 그리고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모두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 당한 이후 이들에 대한 상고심까지 약 2년 5개월 넘게 달려온 '국정농단' 재판과정을 짚어봤다.
◇'파면→구속→징역 25년' 朴, '공범' 최순실도 같은 운명최씨의 국정농단 개입 의혹이 불거진 건 2016년 가을. 그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검찰 수사를 받던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그리고 그해 4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로부터 1년 만인 2018년 4월 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법원의 판결은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의 중형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선고 과정이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됐지만 정작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은 법정 출석을 거부해 그의 국선 변호인들만이 자리를 지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계속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항소심은 계속됐고, 4개월 뒤인 8월 24일 2심 선고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이란 판결이 나왔다.
같은 날 '국정농단'의 공범 최씨도 나란히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구속→중형→집행유예…朴과 운명 엇갈린 이재용그 사이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중심인 이 부회장의 운명은 박 전 대통령과 크게 엇갈렸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 10일 전인 2017년 2월 28일, 국정농단 특별검사팀(박영수 특검)의 수사 끝에 이 부회장은 삼성승계를 위해 승마지원금 등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같은 해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세기의 재판'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삼성그룹의 총수가 가볍지 않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하지만 약 반년 만인 이듬해 2월 5일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수감상태에서 풀려났다.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건넨 승마지원 금액 중 얼마까지를 뇌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각 재판부의 판단이 갈렸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승마지원금 약 213억원 중 마필 구입비, 용역대금 등 73억원을 뇌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중 용역대금 36억원 만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승마지원금의 뇌물 범위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결국 세 사람의 운명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 최순실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운명의 공은 대법원으로… 903일만에 내려진 최종판단대법원은 지난 2월 이들 세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다.
세 사람의 혐의가 서로 겹치는 상황에서 하급심 판결에서 유·무죄로 인정된 부분이 엇갈려 최종 선고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겠단 취지였다.
사건 심리를 마친 전합은 29일 오후 2시 상고심에서 이들 모두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뇌물 혐의를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선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승마지원금의 뇌물 범위에 대해서는 '마필 구입비'도 뇌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또한 삼성측이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도 있었다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뇌물 액수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다시 한번 구속 위기에 빠졌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부터 만 2년 5개월, 일수로는 903일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검찰은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하여,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