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프랑스 등 유럽 일부국가가 출산율 저하를 극복한 배경에는 양육비 지원, 공공 보육·교육, 주거안정 등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도 출산·육아의 공적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최다희 과장 등 연구팀이 게재한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전세계적 출산율 하락 속에서도 2017년 기준 프랑스(1.92명)·스웨덴(1.85명)·영국(1.79명)은 합계출산율이 2명에 근접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98명으로 떨어졌다. 고령화 진행에 출산율 저하까지 겹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제성장 동력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 이상이어야 한다.
프랑스는 1993년(1.73명), 스웨덴은 1998년(1.50명), 영국은 2001년(1.63명) 각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출산율이 현재 수준으로 점차 회복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평균 교육수준 상승, 여성고용 확대 등으로 출산연기 현상이 확산되면서 일시적으로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다 육아부담 경감 등의 가족정책, 주거지원 정책, '다양한 가족' 포용정책에 힘입어 출산율이 안정화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가족정책은 국가별로 세부사항이 달랐으나, 현금이전·세제혜택, 보육·교육서비스 제공, 출산 이후 고용지원 등으로 분류됐다.
스웨덴은 보육·교육서비스 접근성 확대, 출산 이후 고용지원 등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지원에 중점을 뒀다. 프랑스는 현금이전과 세제혜택, 보육·교육서비스 지원, 출산 이후 고용지원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영국의 경우 고용지원보다 현금성 지원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다.
특히 '일·가정 양립'의 핵심인 출산이후 고용 지원정책에서 스웨덴·프랑스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돌봄휴가제가 크게 정착돼 있었다. 스웨덴·영국에서는 시간제근로가 활성화돼있어 근로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용 경감정책은 주택 구입시 모기지대출 우대, 임차시 주거안정성 보장, 임대료 보조 등이 이들 국가에 정착돼 있었다.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주거수당 보조제도도 시행됐다. 스웨덴은 저소득층에 대해 자녀수별로 차별화된 주거비용을 보조하고 있고, 프랑스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주택보조금과 2자녀 이상 가정에 대한 주거세 경감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영국도 임차료를 보조한다.
아울러 정식 혼인에 의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정 형태를 포용하는 출산지원 정책이 이들 국가에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있을 경우 가족수당을 수령할 수 있고, 한부모가정 양육 지원정책도 체계화돼 있다.
연구팀은 "유럽 고출산국들의 출산율 안정화에는 정부정책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들 국가들은 가족정책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행되면서 출산·양육이 사적 부담이 아니라 공공 부담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강화돼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출산율 회복을 위해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근로자에게 우호적인 출산 및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혼인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