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논란이 정국을 삼킨 블랙홀이 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물론이고 검찰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면서 조국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여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최소한 해명의 기회는 가져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가족 증인 채택과 청문회 날짜 연기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인사청문회마저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도 한국당이 요구하는 날짜 연기는 수용할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대신 기자회견 방식의 국민 청문회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한 배려차원으로 읽힌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진보 진영도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며 지금의 비판 여론이 '마녀사냥'식이라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여권에서도 딸의 특혜성 스펙 쌓기가 국민 정서법을 건드렸다는 데는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진짜 입학 비리가 있었는지 따져보자는 게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인사 청문회가 열린다면 먼지털이식 의혹 제기 중 일정부분은 진실이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딸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녹록치 않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면 조 후보자가 국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이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초유의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개입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사 검증이라는 정치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문제 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야당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이 검찰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여권이 조국 지키기에 계속 매진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닥칠 위험 수위를 높일 뿐이다. 우선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이 정권의 야심찬 목표이자 촛불 민심의 희망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
조 후보자의 딸 논문 뿐아니라 사모펀드나 웅동학원 재산 관련 의혹은 모두 이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야당이 이 때문에 더 득달같이 달려든 것도 맞다.
여권이나 지지층들에게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또 조 후보자를 지키지 못하면 문재인 정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위기의식도 클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조 후보자가 의혹의 핵심부분에 대해 해명하는데 실패했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권'이 곧 조국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중심은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측근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여권은 정치 철학을 국정 운영에 투영하고 실현하는 게 지상의 과제다. 이를 조 후보자와 맞바꾼다면 앞으로 무슨 힘과 명분으로 국정을 운영할수 있을까.
한때 조국으로 상징됐던 검찰 개혁이 백척간두에 섰다.
지금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은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 두 사람뿐이다. 결단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히, 조 후보자를 옹호할수록 여권 전체의 운명이 조 후보자에 매이게 된다. 조국이 상수가 되고 정권이 변수가 되는 격이다.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벌이는 발빠른 수사가 싱겁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여권 관계자도 "수사에서 성과가 없으면 윤 총장이 죽게 된다"면서 "검찰은 조직 운명을 걸고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의 조국 지키기가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결과가 될수 있다.
조국을 포기하더라도 '평등.공정.정의'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한 이유이고, 정권을 잡은 이유다.
그러기 위해선 조 후보자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길은 더욱 분명하고 강한 의지로 정권의 초심을 확인해주는 것뿐이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고민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